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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남례 동양주택·하림코리아 대표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불릴 만큼 온 가족이 고향에 모여 풍요를 누리는 우리 고유의 민속명절이지만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온 다문화가정의 이주 여성들에게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 간절해지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정책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이주가 증가하고, 동남아를 비롯해 주변 여러 나라의 여성이 빈곤탈출을 위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 결혼 이민자는 자국 문화와 한국 문화의 차이, 언어 소통의 어려움, 생활습관 및 사고방식의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결혼 초기에는 한국어를 잘 구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부 간, 가족 간에 오해가 생기기 쉽고, 전통적으로 가부장 중심의 생활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가족 내 문화 충돌을 빚기도 한다. 또한 이 여성들은 대부분 가정주부로 지내거나 남편과 함께 일을 하므로 한국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웃사람이나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회활동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시집 식구와만 지내기 때문에 우리 문화와 사회에 적응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혼혈아동, 교육, 빈곤 등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들을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포용하고,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동안 별다른 명칭 없이 대하던 국제결혼 가족들에 대해 새로운 개념의 ‘다문화가정’으로 부르게 됐다. 사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이뤄진 가정이니 다문화가정이라는 말보다는 ‘이질적 문화가정’이라는 말이 더 근접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단일민족을 자랑으로 여겼던 우리나라다. 가문과 핏줄에 대한 연대의식이 유난히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이룬 자녀의 외국인 사위나 며느리를 부끄럽게 여겼고, 심지어는 외국인과 결혼한 자녀와 의절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됐고, 지금은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명구(名句)가 꽤 오래 전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구촌이 세계화돼가는 이 시대에 주위 시선을 의식해 국제결혼을 꺼리거나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지리적인 의미의 국경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의 국경’을 허무는 일이다. 실제로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고충이 적지 않다. 제대로 교제하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시간이 없다 보니 결혼과 함께 시작하는 한국생활에서 배우자와의 문화 차이와 언어 이해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자녀 양육에도 이중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육아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않은 결혼 초기에 아이를 가질 경우, 가사와 육아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시기가 겹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더욱이 한국 사회는 자녀 양육 문제에서 아버지의 역할보다는 어머니의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 때문에 결혼 이주 여성의 고충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운 현상이 많이 드러나면서 다문화가정이란 단어를 대하면 보통 ‘도와줘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다문화’라는 호칭, ‘다문화가정은 지원해줘야 한다’는 등의 이런 사회의 고정관념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다문화 가정은 우리의 이웃이고 한가족이다.

 풍요로운 계절 마음이 넉넉한 계절 추석이다. 추석명절을 즐기는 우리네 문화를 아끼는 마음처럼, 우리 사회도 그들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여성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려주고 고향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우리 모두의 추석 명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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