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나라 때 하돈은 임금에게 말 한마디를 잘못해 사형을 당하게 됐는데, 아들 하약필을 불러 유언을 했다. "내 평생 후회스러운 일을 한 일이 없는데, 그만 혀를 잘못 놀려 이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됐다. 이 애비가 너에게 부탁하노니 부디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거라." 하돈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속에 숨겨 지니고 있던 송곳을 꺼내 아들의 혀를 찔렀다. 그리고는 다시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아들을 향해 침착한 어조로 "말을 할 때마다 이 애비가 네 혀를 찌른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한 후 사형을 당했다.

 하약필은 부친의 유언과 혀를 찔린 고통을 잊지 않고 평생 입조심을 해 왕에게 신임을 받았고,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미국과 북한의 말싸움으로 한반도가 살얼음판이다. 양국 지도자들의 말 폭탄이 연일 지속되면서 냉전 종식 이후 전쟁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말 폭탄은 주변국으로부터 ‘유치원생 싸움’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이다. 최근에는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비난에 온 힘을 쏟던 북한 외무상이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 명백한 선전포고를 했다며 미국의 전폭기를 격추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든 군사적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준비해둔 옵션이 많다고 맞불을 놓았다.

 더 자극적인 거친 표현을 서로에게 쏟아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실타래처럼 엉킨 ‘강대강’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명나라 사람 주밀은 한마디 말로 천지의 화평을 상하게 하는 수가 있고, 또 한 가지 일로 평생의 복을 끊어 버리는 수가 있으니 모름지기 절실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언행의 신중을 강조했다. 송나라 사람 주밀도 입을 지키기를 병마개와 같이 하고 자기의 뜻을 막기를 성을 지키듯 하라고 했다. 입을 지키는 것이 마음을 지키는 것이어서 말은 조심할수록 좋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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