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한가위 단상

김정제 전 불은초등학교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9월 29일 금요일 제10면

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jpg
▲ 김정제 전 불은초등학교장
중추절, 가배, 가위, 한가위라고도 하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고대사회의 풍농제에서 유래해 신라와 고려시대로 이어졌고, 조선시대는 국가적으로 선대왕에게 추석제를 지낸 기록도 있을 만큼 민족의 큰 명절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추석은 최장 10일간의 연휴로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활동과 문화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자칫 자연과 조상에게 감사드리는 추석 본연의 의미보다는 연휴 기간 고객을 잡기 위한 이벤트나 축제, 공연 등이 추석을 대변하는 얼굴이 돼가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생긴다.

 추석에 연상되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차례와 성묘다. 그리고 아직도 실제로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가정행사나 의례가 차례와 제사다. 그런데 우리 예법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는 조상을 모시는 일인 차례나 제사를 지내다가, 언쟁을 하거나 마음을 상하는 일이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家家禮(가가례)라고 할 만큼 집안마다 다르고 복잡한 제사상 차림과 절차, 그리고 이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의견 차이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낳은 위대한 학자로 손꼽히는 이이(율곡)가 초학 교육을 위해 지은 「격몽요결」 제례장에서는 제사를 지내는 예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思其居處(사기거처) : 그 분이 계시던 방을 떠올려라. 思其笑語(사기소어) : 웃던 모습, 말씀하시던 모습을 떠올려라. 思其所樂(사기소락) : 그 분이 즐거워하시던 모습을 떠올려라. 思其所嗜(사기소기) : 그 분이 즐기시던 것을 떠 올려라."

 제사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음식 준비가 아니라 그 분을 떠올리는 일이다. 지방이나 위패 속의 조상이 아니라 마음속에 조상을 불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사란 단순히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을 추모하는 일이며, 그 분의 모습과 인생 이야기 습관 등을 후손들에게 알려주는 즉 가정의 역사를 전하는 일이다. 제사를 통해 돌아가신 분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 기억은 후손들에게 의미 있는 삶의 방식으로 전승돼야 한다.

 "主於盡愛敬之誠而已(주어진애경지성이이) : 제사는 사랑과 존경의 정성을 다하는 자리다. 貧則稱家之有無(빈칙칭가지유무) : 집안 형편이 안 된다면 있는 만큼 예를 표하라. 疾則量筋力而行(질칙량근력이행) : 아프고 병이 들었다면 있는 힘만큼 지내라."

 제사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정성을 극진히 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을 뿐이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정도에 맞추고, 병이 있으면 근력을 헤아려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 효를 다하는 후손의 모습이라는 율곡 선생의 제사이론이다.

 飯西羹東(반서갱동) 頭東尾西(두동미서) 魚東肉西(어동육서) 生東熟西(생동숙서) 左脯右醯(좌포우혜) 紅東白西(홍동백서) …….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는 참으로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마련한 음식의 양이나 종류가 사랑이나 정성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음식을 놓는 위치나 방법이 존경과 효도의 방법일 수도 없다. 정성을 담되 무리하지 않아야 하고, 형편에 맞춰 가능한 만큼 사랑과 공경의 예를 표하는 것이 참된 효도이며 제사에 대한 바른 의식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아름다운 계절 넉넉한 명절이다. 부질없는 허례와 형식에 매달리다 다투거나 마음을 상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차례나 제사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문화와 정서를 느끼고 전달하는 한가위가 돼야 한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기호일보 (http://www.kiho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