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와 유방 두 사람은 진나라의 시황제가 죽고 난 후에 천하를 두고 다투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천하를 통일하여 `한'이라는 새로운 왕조를 세웠다. 이 두 사람의 싸움은 처음에는 압도적으로 항우가 우세했다. 그러나 유방은 끈기있게 열세를 만회하여 역전승을 거둔다. 그 원인에 대해 유방은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소하, 장량, 한신 세 사람의 걸물이 옆에 있다. 이 세사람을 잘 기용한 것이 승리의 원인이다. 이에 비해 항우에게는 범증이라는 장군이 있었으나 그 한 사람도 잘 기용하지 못했다. 이것이 항우의 패인이다.” 세 명의 걸물을 잘 기용해 썼다고 하더라도 손발처럼 부려먹었다는 것은 아니다. 유방은 세 사람의 의견에 귀를 잘 기울였다.

유방이 명령이나 지시를 내리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부하의 진언에 귀를 기울이고 마지막으로 `좋다. 그렇게 하게'라며 판단을 내리는 것이 유방의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법을 취하면 부하들은 책임을 느껴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진다. 유방이 부하를 잘 다룬 요령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부하의 의견이란 내용으로 보면 거의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정책이나 전략전술에 관한 진언이다. 두번째는 우두머리가 상사의 과실을 간하는 간언이다. 유방의 경우에는 주로 정책이나 전략전술에 관한 진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인데 우두머리에게 어려운 일은 오히려 간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간언은 듣는 쪽에서 보면 매우 괴로운 일이 분명하다. 자신의 결점이나 잘못을 지적받으면 누구나 기쁠리 없다. 그것을 허심탄회하게 들으려면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 중국에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효과가 있으며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이를 행함에 이득이 있다'는 격언이 있다. 어떤 조직에서나 감정대로 행동하는 자가 있다면 나라는 대란이요. 회사나 단체는 망조다. 지위에 연연하는 자는 좋지 않은 말을 꺼내서 모처럼 얻은 지위를 잃을까봐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지 못한다면 그 상사에 그 소인배다. 해이되기 쉬운 정권말기의 간언은 그래서 강조된다.
(天)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