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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광풍 속 들여다본 ‘인천 미래’

인천작가회의 문학계간지 가을호 우현재 담긴 하라다 가문 묘비 등 사라져버린 건축물 이야기 담아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2017년 10월 10일 화요일 제13면
인천작가회의의 문학계간지 「작가들」 가을호(통권 62호)가 ‘인천의 근대, 지워진 시간’ 특집으로 출간됐다.

이번호는 지난호 특집인 ‘식민의 기억’의 후속편이다. 일제 식민지 당시 개항장이었던 인천은 아직도 곳곳에 그 시절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인천시 중구 어디를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근대 유산들은 한 때 아픈 상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 자체가 인천의 일부이자 지역의 정체성이 됐다.

가을호의 첫머리에 실린 임종엽의 글은 ‘시선’ 속 사진에 담긴 인천의 어제와 오늘을 근대 건축물로 풀어냈다.

"약한 건축의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귀가 우리에게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새로 짓는 건축은 오래된 미래의 내용을 전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설계됐으면 좋겠다."

임종엽의 바람이다. 그의 바람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희환과 오석근의 글이 보여주는 인천의 벌거벗은 오늘 때문이다. 이 두 편의 글은 신자유주의의 자본 논리를 ‘도시 재생’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인천의 시간과 역사를 지우는 관 주도의 각종 사업이 어떻게 인천을, 그리고 인천의 사람들을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설파한다.

‘담담담’과 ‘우현재’ 역시 특집의 주제를 이어받은 이야기들로 꾸며졌다. ‘우현재’에 담긴 율목동 ‘하라다’ 가문의 묘비나 경성전기의 명판을 붙인 채 남아있는 신흥동의 나무전봇대, 개발의 광풍에 휩쓸려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애경사의 이야기는 우리의 오늘 속에서 끊임없이 지워지는 과거와 더불어 흩어지는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담담담’에는 ‘배를 타고 아시아에 온 작가들’의 제목으로 열린 김남일의 강연을 옮겨 실었다. 아시아의 근대가 어떻게 열렸고,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 수 있는가를 묻는 김남일의 강연록은 우리의 노란 얼굴 위에 덮어 쓴 하얀 가면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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