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의 한 골목에 주민들을 위한 관광객들의 배려를 부탁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의 한 골목에 주민들을 위한 관광객들의 배려를 부탁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인천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는 ‘동화마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의 사생활 보호는 미흡해 원성이 커지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규모 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가족, 친구, 연인 등은 동화의 배경이 된 예쁘게 색칠된 담장이나, 주택, 의자, 나무 등의 각종 조형물과 동화 속 주인공을 묘사한 인형 등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의 표정은 관광객들의 표정과는 대조적이다. 동화마을이 관광지로 조성된 이후부터 이어져 온 스트레스와 피로감 때문이다. 실제로 관광객들은 일반 주택이 있는 골목에서 큰 소리로 웃는가 하면, 사진을 찍느라 길을 지나는 차량을 막아서곤 했다. 주변을 고려하지 않는 과감한 애정표현도 때와 장소를 가리 않는다.

주민들은 추석 연휴 뿐 아니라 평소에도 쓰레기와 소음 등 공해 문제는 물론 화장실 부족 등으로 고통을 호소해왔다. 동화마을 내 공용화장실은 현재 한 곳에 불과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공용화장실이나 자유공원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은 주변 건물이나 생활시설을 이용하면서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동화마을 내 한 요양시설에는 ‘안정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곳이니 다른 화장실을 이용해 달라’는 문구를 붙여 놓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집 밖에 앉아있다 사진이 찍힌다거나, 일부 관광객들이 담장 안이나 집 안을 들여다보는 등의 사생활 침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주민 A씨는 "그동안 각종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다"며 "여기도 엄연히 주민이 사는 곳인데, 사람들이 가끔 그걸 잊는지 집 밖에 앉아 쉬려고 해도 소란스러워 다시 들어가곤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동화마을 조성에 찬성 서명을 했던 걸 후회할 때도 있다"며 "관광객들이 마음껏 구경하더라도 한편으로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을 조금만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 동화마을 내 폐공가를 리모델링해 화장실을 갖춘 쉼터로 조성한다는 계획 등을 구상 중"이라며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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