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규모 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가족, 친구, 연인 등은 동화의 배경이 된 예쁘게 색칠된 담장이나, 주택, 의자, 나무 등의 각종 조형물과 동화 속 주인공을 묘사한 인형 등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의 표정은 관광객들의 표정과는 대조적이다. 동화마을이 관광지로 조성된 이후부터 이어져 온 스트레스와 피로감 때문이다. 실제로 관광객들은 일반 주택이 있는 골목에서 큰 소리로 웃는가 하면, 사진을 찍느라 길을 지나는 차량을 막아서곤 했다. 주변을 고려하지 않는 과감한 애정표현도 때와 장소를 가리 않는다.
주민들은 추석 연휴 뿐 아니라 평소에도 쓰레기와 소음 등 공해 문제는 물론 화장실 부족 등으로 고통을 호소해왔다. 동화마을 내 공용화장실은 현재 한 곳에 불과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공용화장실이나 자유공원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은 주변 건물이나 생활시설을 이용하면서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동화마을 내 한 요양시설에는 ‘안정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곳이니 다른 화장실을 이용해 달라’는 문구를 붙여 놓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집 밖에 앉아있다 사진이 찍힌다거나, 일부 관광객들이 담장 안이나 집 안을 들여다보는 등의 사생활 침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주민 A씨는 "그동안 각종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다"며 "여기도 엄연히 주민이 사는 곳인데, 사람들이 가끔 그걸 잊는지 집 밖에 앉아 쉬려고 해도 소란스러워 다시 들어가곤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동화마을 조성에 찬성 서명을 했던 걸 후회할 때도 있다"며 "관광객들이 마음껏 구경하더라도 한편으로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을 조금만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 동화마을 내 폐공가를 리모델링해 화장실을 갖춘 쉼터로 조성한다는 계획 등을 구상 중"이라며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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