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정부의 사드보복 여파로 사라진 중국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면서 10일 인천공항 탑승동 면세점이 한산하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면서 10일 인천공항 탑승동 면세점이 한산하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추석 연휴 기간 인천공항에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하는데 중국 관광객이 사라진 탑승동 면세점 분위기는 여전히 살얼음판입니다."

 10일 오후 1시께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매장 직원들이 전하는 비관적인 말이다. 이곳은 올해 초까지 중국 단체관광객(유커)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하지만 이날은 지나는 다른 여객의 대화가 들릴 정도로 한산했다. 면세점에 입점한 일부 매장 직원들은 썰렁한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근심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 탑승동 면세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인천공항 탑승동 면세점 매출 대부분이 중국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했지만 수개월째 지속되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면세점(화장품)에서 근무하는 일부 판매 직원들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판매수당으로 거의 채워지는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에 임금협상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강행하고 있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 다른 매장 직원 B씨 역시 "말로만 들었던 중국 사드 보복 여파를 직접 실감하고 있다 "며 "최근 인천공항에서 롯데면세점이 철수한다는 소리를 듣고 혹시나 직장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인천공항 탑승동 면세점이 위태롭다.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등 금한령으로 이곳은 중국 관광객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면세점 업계의 ‘매출 절벽’으로 이어졌다. 업계의 매출 하락은 곧바로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탑승동 면세점에 종사하는 판매 직원만 960여 명에 달한다.

 인천공항 탑승동은 외국 취항항공사·국내 저가항공사(LCC)를 이용하는 여객들이 면세품을 구매하는 곳이다. 이곳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측이 운영관리하고 있다.

 롯데 측도 최근 이 같은 피해를 주장하며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1차 협의를 진행했다. 롯데 측이 제시한 방안은 면세점산업의 위기 상황을 고려해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요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임대료 구조 변경이다.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급감해 현재 수준의 면세점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롯데 측은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매년 2천억∼3천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주장이다. 공사 측과의 면세점 임대료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탑승동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매장 직원들은 고용 불안으로 하루 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다. 롯데 측은 "인천공항 탑승동 면세점 특성상 주요 고객은 중국 여객이었다"며 "실제 지난해 탑승동 면세점 매출의 50% 이상이 중국 여객이 차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드 여파 이전인 올해 1, 2월까지 매출이 5∼10% 올랐었지만 그 이후부터 매월 20∼30%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 측과 공사는 임대료 인하를 놓고 11일 2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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