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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과 흡연, 쓰레기 투기로 인해 주민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이진우 기자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부터 흡연 문제까지, 누군가의 배려에만 기대기에는 우리 사회에 여유가 사라졌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배려와 관심에 기대기보다는 이웃 간 갈등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분쟁 해결 기준을 마련하거나 공동주택 시공 단계에서 설비를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9일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특히 흡연 문제는 그동안 공동주택 발코니나 화장실 등 집 내부 흡연에 따른 피해가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이유로 해결이 어려웠던 만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주민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승강기 및 지하주차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내야 한다. 또 관리사무소 등 관리 주체가 집 내부 등 금연구역 외 간접흡연 피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피해가 확인되면 흡연 입주자에 대해 흡연 중단 또는 금연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이웃 간 갈등의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관리주체의 권고에는 강제성이 없어 해당 입주자가 흡연 중단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피해 사실 조사를 위해 집을 방문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개정안은 입주자에게 간접흡연 피해 방지 노력 의무를 부여하고 관리주체가 관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이를 실행하는 공동주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연기나 냄새가 다른 집으로 번지는 아파트 구조도 갈등의 한 원인이다. 2015년 9월 이전에 지은 공동주택은 화장실 등에서 담배를 피운 뒤 환풍기를 틀면 위층으로 담배 연기와 냄새가 번진다. 그나마 2015년 9월부터는 국토교통부가 ‘배기 설비 기준’을 마련해 자동 역류 방지 장치를 마련하거나, 가구 간 배기구가 연결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실이 아닌 발코니 등에서 퍼지는 담배 연기 피해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렵다.

층간소음 역시 대부분의 아파트 시공사가 ‘벽식 구조’를 택하면서 고질적인 이웃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공동주택생활소음관리협회에 최근 접수된 민원을 분석한 결과 주상복합건물 등 ‘기둥식 구조’인 공동주택의 민원발생률이 3~4%에 불과한데 반해 ‘벽식 구조’인 일반아파트는 무려 80~90%에 달했다. 벽식 구조는 사방의 벽을 타고 위층으로부터 소음과 진동이 번지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가 크다. 기둥식 구조로 시공할 경우 벽식 구조보다 5% 정도 건축비가 더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환 인천시 층간소음 자문위원은 "당장 비용이 더 들더라도 주민이 살기 좋은 공동주택을 짓는 것이 건물 브랜드 가치 향상 등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며 "층간소음이나 흡연 등으로 발생하는 이웃 간 갈등을 완화시키려면 먼저 건축 단계에서부터 아파트 구조나 설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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