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로(인천작가회의 소설선집)
김경은, 박정윤, 안종수, 이상락, 이상실, 조혁신, 황경란 / 삶창 /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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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문학단체인 ‘인천작가회의’에 소속된 소설가 7명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 ‘그날 이후로’가 출간됐다.

 ‘그 날 이후로’는 역사와 시대의 아픔을 간과하지 않고 슬퍼한다. 하지만 내면의 참담함을 ‘희망’의 메시지로 극복하려 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희망이나 밝은 미래가 아닌 ‘비 오는 골목에서 우산을 받은 것’과 같은 위안이다. 작품집의 서사는 다양하다. 소재와 배경도 그렇다. 상황과 감정 사이, 입양과 파양, 시대와 세대의 조망, 자연물과 인간, 사용자와 노동자, 인간과 욕망, 과거와 존재 등을 제재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김경은의 ‘민원 있습니다’는 갖가지 사연을 안고 도서관을 찾아 민원을 게시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감정과 상황을 헤아리는 것은 그것을 함부로 단정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용자들과 관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질문과 답변, 관리자들 상호간의 이견, 표면적인 정숙과 침묵은 역동성과 아우성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정윤이 쓴 ‘다락의 서사’는 쌍둥이 동생과 함께 입양됐다가 파양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그의 서점 다락에서 공장 노동자들이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는 청음회를 연다. 소나기 내리던 날 소나기와 함께 한 여인이 책방을 찾아오고, 그는 여인의 슬픔을 통해 자신의 쌍둥이 동생의 죽음과 자신의 상처와의 조우로 이야기를 맺는다.

 안종수의 ‘어머니의 말씀’은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한 여인의 개인사를 다루고 있다. 작고한 여인, 생전에 그 여인의 말씀을 통해 세대에 따른 여성, 시대에 따른 여성을 평가하는 이야기들이 작품 전편에 흐른다. 고통스러운 세상과 좋은 세상, 요상한 세상에 대한 여인의 말씀을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이상실은 ‘콜트스트링의 겨울’에서 기타를 만들었던 인천의 한 사업장에 대한 투쟁과 갈등을 그렸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했지만, 하루아침에 전원이 해고됐고 사업장 문도 닫혔다. 고용주의 행태에 복직과 폐업철회를 요구한 노동자들, 또한 그들과 함께 한 예술가들의 투쟁과 갈등이 드러난다.

 ‘그 날 이후로’에 담긴 인천은 과거와 현재가 엉켜 있다. 건물마다, 골목마다 서사가 행인의 발목을 붙잡는다. 걸음을 멈추고 골목에 귀를 대고 싶다. 반은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앉으면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괜찮지 않습니다
최지은 글, 김혜령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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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습니다’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고민하며 다시 만나게 된 세계를 오롯이 담은 작품이다. ‘매거진 t’, ‘텐아시아’, ‘아이즈’를 거치며 10여 년 동안 대중문화 기자로 일해 온 최지은 기자의 첫 책이다. 저자는 대중문화 곳곳에서, 무의식에 발현돼 이제는 일상이 돼 버린 여성혐오를 말하는 이 책을 통해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일상이 어느 순간 불편하게 느껴진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도 불편하다’고 대답해준다.

 최지은은 지난 2015년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가 해 온 여성혐오, 약자 비하 발언들이 공개된 후로 대중문화에서의 재미와 여성을 다루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여성 단체들과 함께하며 페미니즘의 눈으로 바라본 대중문화와 일상을 꾸준히 말한다.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폭력과 조롱, 비하가 만연한 세계. 그것들을 웃으며 소비하는 대중문화와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괜찮지 않다고 힘줘 얘기한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페기 오렌스타인 / 문학동네 /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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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은 15세에서 20세 사이의 미국 여성 70명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성 경험과 그 안에서 겪게 되는 곤경, 폭력적 문화를 풍부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21세기 대중문화는 ‘핫 함’이 여성들에게 인정받고 성공하는 가장 빠른 길임을 더욱더 강요하는 듯하다.

 여성의 성적 매력만을 강조하는 문화는 어린 여자아이부터 성인 여성 모두를 욕 죌 뿐 아니라 성에 대한 남자들의 인식까지 심각하게 왜곡한다. 또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젊은 세대의 성 경험과 성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범죄마저 등장하게 했다.

 저자인 페기 오렌스타인은 대중문화와 미디어가 여성의 성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두고 저술활동을 하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십대 딸아이의 엄마다. ‘뉴욕타임즈 매거진’의 기고 작가로 활동 중이며, 다수의 매체에 여성 문제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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