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는 자신이 삼류인줄 모른다/ 삼류는 간택해준 일류에게, 그것을 영예로 알고/ 기꺼이 자발적 헌신과 복종을 실천한다/ 내용 없는 완장 차고 설치는 삼류는/ 알고 보면 지독하게 열등의식을 앓아온 자이다/ 삼류가 가방끈에 끝없이, 유난떨며 집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이 성희롱인줄도 모르고/ 일류가 몸에 대해 던지는 칭찬/ 곧이곧대로 알아듣고 우쭐대는 삼류/ 삼류는 모임을 좋아한다. 그곳에 얻을게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류와 어울려 사진을 박고 일류와 더불어 밥을 먹고/ 일류와 섞여 농담 주고받으며 스스로 일류가 되어 간다고 착각하는 삼류/ 자신이 소모품인줄도 모르고 까닭 없이 자만에 빠지는/ 불쌍한 삼류 사교의 지진아/ 아 그러나, 껍질 없는 알맹이가 없듯/ 위대하게 천박한 삼류 없이/ 어찌 일류의 광휘가 있으랴/ - 중략 - 삼류는 일류들이 앉아 있는 맨 앞줄을 겸손하게 지나서/ 이류들이 앉아 있는 중간을 우아하게 지나서/ 삼류들이 뭉쳐 있는 후미에 뽐내듯 어깨 세우고 앉는다/ 삼류는 생각한다 이렇게 열심히 노래 부르다 보면/ 언젠가 저 중간을 넘어 저 맨 앞줄에 의젓하게 앉아 있는 날이 올 거야/ {중략) 삼류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온다/ 그녀도 세상은 이미 각본대로 연출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 채 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삼류는 어제 그러하였고 오늘도 그러하였듯/ 내일 또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를 것이다/ 그러다 자신의 자리와 역할이 일류를 위한 영원한 들러리요, 삐에로요, 악세사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무슨 회한처럼 문득 깨달을 것이다."

 이재무의 시 ‘삼류들’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줄서기, 편 가르기가 한창이다. 반목과 분열의 서막이 일찍도 올랐다. 막스 베버의 주장처럼 악마와도 거래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향한 이들의 자발적 헌신과 복종이 시작됐다. 영원한 삼류들이다. 우리 속담에 한량은 죽어도 기생집 울타리 밑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본성을 숨길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생집 담벼락 밑에서 죽을 한량은 많지만 돈 없는 한량 반겨줄 기생은 없다는 현실을 언제쯤 깨달으려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