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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복영 당나귀농장·고사리농장 대표
필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라고 시작하는 동요를 듣고 부르며 자랐다. 나귀는 당나귀의 다른 이름이다. 본이름인 당나귀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해서 ‘하늘소’라고도 불린다. 가축화된 당나귀는 선택교배를 통해 크기·색·털 길이가 다양해졌다. 당나귀는 크기에 따라 대형과 중형, 종류에 따라 아시아 당나귀와 아프리카 당나귀 두 종류로 나뉜다. 당나귀는 체질이 강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거친 먹이도 잘 먹고, 수분이 적은 지역과 추운 지역에도 잘 적응한다. 당나귀는 체격에 비해 힘이 세고 지구력이 강하다. 재미난 사실은 이렇게 강한 당나귀도 한번 울면 좀처럼 그치지 않고 울음소리가 커서 당나귀는 울리지 않은 것이 좋다고 한다.

 당나귀는 오랫동안 사역용, 운반용으로 이용돼 왔으나, 요즈음 승용과 육용까지 용도가 넓어졌다. 고기는 식용으로 각광 받고 있고, 고기 부산물은 약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까닭은 당나귀 고기가 소화가 잘될 뿐만 아니라 지방질이 없어 다이어트에 좋고, 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당나귀 고기는 달고 차서 장조림과 같기도 하고, 당나귀 고기로 만든 육회는 마치 참치회와 같은 식감이 난다. 당나귀 기름은 비듬과 종기치료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으며, 귀먹은 사람이나 학질을 앓고 있는 사람은 술과 함께 복용하면 좋다고 한다. 당나귀의 피는 약간 짠맛이 나는데 독이 없어 대장과 소장에 이롭다고 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당나귀의 변은 가슴통증과 중풍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당나귀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유용한 동물임이 분명하다.

 요즈음 농업이 뜨고 있고 많은 농민이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축산농가를 어렵게 하는 것은 종종 발생해 전국을 휩쓰는 전염병이다. 조류독감은 닭과 오리 사육 농가를 시름에 파묻고 구제역과 광우병은 네 발굽 달린 가축 축산 농가를 괴롭힌다. 그러나, 당나귀는 이들 전염병에 안전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먹이를 먹이지 않고 키울 수 있어 관리가 쉬우므로, 당나귀의 활용가치가 커가는 요즈음 당나귀 사육은 축산의 새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당나귀 사육은 오래 전 삼국시대에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경문대왕조(京文大王條)에 의하면, 왕의 귀가 갑자기 커져 당나귀 귀와 같아졌는데 이 사실은 오직 두건장이 한 사람만 알고 있었다. 그는 죽을 때가 되자 도림사 대나무 숲에 들어가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그 뒤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소리가 대밭에서 들렸다고 한다. 이 기록은 삼국시대에 이미 당나귀가 사육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필자는 4년여 전부터 당나귀의 활용가치에 착안해 당나귀 사육을 시작해 현재 35마리를 기르고 있다. 요즈음 승용으로 쓸 당나귀를 찾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당나귀 고기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웰빙바람을 타고 당나귀 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 쏠쏠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런 성과는 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당나귀를 키우는 사람 또한 늘고 있어, 이들은 의기투합해 ‘나귀영농조합’을 꾸려 정보의 교류와 공동 마케팅을 펴며 활동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당나귀는 현재 400∼500마리 정도 길러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가운데 130여 마리를 ‘나귀영동조합’ 양축농가가 사육하고 있으며, 양축농가는 당나귀 고기를 출하해 가구당 7천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축산영농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당나귀 사육에 관심을 가져보기 바라며, 건강식을 원하는 분이라면 당나귀 고기를 즐겨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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