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국정감사가 12일을 시작으로 20일간의 대장정에 막을 올렸다.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 정무, 국방 등 12개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피감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각각 진행했다.

추석 연휴를 거친 후 정기국회 사실상 첫 일정인 이번 국감에서 여야는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전면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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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면 겨냥, 과거 보수 정권 시절 '적폐'를 이번 국감에서 완전히 정리하겠다며 전 상임위에 걸쳐 역대 정권 적폐를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북핵 위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둘러싼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무능'을 파헤치겠다며 이른바 '신적폐' 공세로 맞불을 놓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다당제 여소야대 지형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겠다는 전략 속에 무분별한 정쟁 대신 확실한 정책 국감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했다.

우선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지난달 임기를 시작한 개혁 성향의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관 인사와 각종 사법제도 개혁 등 사법부의 역점 과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여권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진보 성향 연구모임의 동향을 조사·관리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주문했고, 자유한국당은 양심적 병역거부 하급심 무죄 판결 등 일부 판사의 이념 편향 논란 등을 쟁점으로 삼았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이 국무조정실의 '공직자 비리적발' 후속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조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제보·첩보 등을 토대로 비위행위를 1차 조사해 소속 기관장에게 이첩하고는 이후 징계나 고발조치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어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보수단체 지원 의혹이 주로 제기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박근혜 정부 교육부가 보수성향 학부모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이들의 대표를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주장했다.

외교통일위의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과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여당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안보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응을 요구한 반면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4강 외교를 평가절하하고 우리나라가 '패싱'(passing) 당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현 정부의 사회안전망 정책을 두고 여야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농림축산식품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불거진 한미FTA 개정 협상 문제를 중점적으로 추궁했다.

민주당은 국익에 기반한 협상 필요성을 원칙적으로 강조한 반면 과거 집권여당으로서 한미FTA 국회 비준을 주도한 한국당은 현 정부의 '말 바꾸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대한 고용부의 불법파견 결정과 제빵기사 등 5천738명에 대한 직접 고용 시정명령을 놓고 의원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여야 원내 사령탑들도 국감 첫날을 맞아 날카로운 설전을 이어갔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과거 정부의 민생파탄과 국기문란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국감이니만큼 어느 때보다 결연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이번 국감은 헌정 질서를 유린한 국정농단의 실체를 국민 앞에 드러내고 바로잡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을 심판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전쟁터"라며"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신적폐, 원조적폐 등을 심판하기 위한 총력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양당 정치의 폐해였던 이념과 퇴행적 진영논리 대신 민생과 국익을 우선하는 국정감사로 이끌 것"이라며 "과거를 들추고 헐뜯기만 하는 국감이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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