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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수변공간

서울 청계천은 사실 미국 샌 안토니오 리버워크를 그대로 본따왔다. 2005년 역사적인 청계천 복원이 되기까지 리버워크의 역할은 매우 컸다. 2002년 출범한 서울시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는 리버워크를 모델로 삼았다. 서울시는 샌 안토니오 리버워크협회를 방문해 리버워크 개발부터 역사,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내용을 배웠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의 통역을 도왔던 김진이 샌 안토니오 전 한인회장은 "서울시에서 굉장히 적극적이었다"며 "리버워크협회 측은 서울시 관계자들과 함께 리버워크를 둘러보고 수질관리 기술에 대한 노하우 전수에 성심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청계천과 리버워크의 세부적인 기능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결국 ‘도심 속의 자연’이라는 워터프런트의 기본 개념은 똑같다. 청계천 복원 길이는 5.84㎞(총연장 8.12㎞), 산책로는 10.79㎞(총연장 17.63㎞)다. 청계천과 리버워크는 구성이나 형태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물의 흐름이다. 청계천 물은 계곡처럼 유속이 빠른 편이다. 리버워크 물은 갑문으로 막아둘 수 있어 유속이 느리다. 하천 폭도 리버워크가 조금 넓은 편이다. 관광용 배를 띄울 수 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 아이들이 청계천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지난 14일 찾아간 청계천에는 돌다리를 건너 하천 양쪽을 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돌다리 옆 커다란 잉어, 작은 피라미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민물고기와 수변식물 등 청계천 생태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첫 번째 다리인 모전교부터 마지막 다리인 고산자교까지 구경하는 재미에 빠진 아이들도 보였다. 청계천의 자연 풍경과 바로 옆 고층 건물의 ‘어울림’을 도화지에 담는 화가들도 인상 깊었다.

청계천은 하루 4만㎥의 물을 방류해 수질을 유지한다. 복원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인공수로가 아닌 자연이 빚어 놓은 하천으로 느껴졌다. 광화문∼종각∼종로3가∼동묘를 따라 있는 전철역에서 나와 100∼200m만 걸으면 바로 흐르는 계곡물을 만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관광객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추억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남녀노소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해 외국인들도 산책을 즐겼다. 청계천 산책로에서 계단을 통해 도로로 나오면 오래 전부터 있던 세운·대림상가를 지나 식당, 주점 등이 줄이어 있다. 청계천 구경을 하다 목이 말라 맥주를 마시는 사람부터 칼국숫집에서 가을의 쌀쌀함을 따뜻한 국물로 달래는 사람들도 있었다.

▲ 청계천 수표교 주변 전경
청계천은 복원 당시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연간 1천800만 명(2016년 기준)이 오가는 서울시의 자랑거리가 됐다. 1960~70년대 근대화의 상징이었으나 공구·의류 등 여러 산업이 집중되면서 시설 낙후, 공해 등 문제점이 나타나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었다. 서울시가 자연환경을 복원시키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며 역사문화를 복원한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공사는 2003년 7월∼2005년 9월 약 3천900억 원을 투입해 진행됐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을 끝낸 뒤 샌 안토니오 리버워크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 청계천 주변 맥주집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시 초청됐던 김 전 한인회장은 "청계천은 리버워크와 다르게 생태 숲과 계곡의 분위기를 내 더 멋진 워터프런트가 됐다"며 "산책도 즐길 수 있고 하천을 따라 자리 잡은 경복궁, 광화문, 보신각 등 문화재를 구경할 수 있어 역사와 정취가 모두 느껴지는 공간이 돼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송도 워터프런트는 청계천과 리버워크의 중간 형태를 띠었으면 좋겠다"며 "청계천은 산책로에서 도로로 올라가야 밥이나 차를 파는 곳이 있지만 리버워크는 산책로 바로 옆에 있어 수변공간을 보면서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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