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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옥 행정사
이번 긴 추석연휴를 보내고 난 여론이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긴 연휴를 한 번쯤 가져보는 것도 좋다" 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부들은 아이들 육아와 명절 뒷바라지로 ‘힘들었다’는 평가다.

 이건 전해들은 이야기다.

 이번 추석 연휴를 보내고 난 뒤 자매들 간의 대화 중 "누구 엄마네는 시집에 하루만 다녀왔다는데 우린 명절 전 날부터 시집 식구들 모두 떠날 때까지 고생해야 했다. 시집과 너무 가까이 사니 좀 힘들다" 라고 남편한테 말했다가 남편으로부터 "그래서 그게 부럽다는 거야? 라는 핀잔을 들었다며 하소연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남편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냥 들어달라는 것이지 결코 원망하거나 불평이 아니다. "나 이번에 시집 식구들 거두느라 힘들었지만 잘 해냈어" 라는 자신과의 위로의 대화인데 옆에 있는 남편이 우연히 들었을 뿐이다.

 그런 때 "그래, 당신 수고했어. 제사와 그 많은 사람들 수발을 모두 척척 해내는 게 참 대단해. 수고한 당신한테 정말 감사해, 감사표시로 내가 한번 안아 줄게" 라고 말해 준다면 아내는 모든 피로를 잊고 내년에도 더 잘하려고 할 것이다.

 대개의 남성들이 그런 걸 잘 모르는 거 같다. 그래서 "남성들은 죽을 때까지 철부지다" 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내로부터 수없이 들어온 나의 철부지 시절 실화다.

 시골에서 어머니가 올라 오셔서 한동안 머물다 가시고 난 뒤 아내가 설거지를 하며 콧노래를 부르는데 내가 그랬단다.

 "시어머니가 가니 그렇게 좋아?"

 김수환 추기경께서 "따뜻한 이성과 마음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 라고 말씀했듯 나 역시 아내와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치졸한 언쟁 따위를 않게 된 것은 환갑이 지난 이후부터다.

 돌이켜보면 내가 아내한테 얼마나 권위적이고 옹졸하게 대했는지 부끄러운 사례가 많았다.

 여성들한테 좋은 말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표시도 나지 않는 잡다한 일이 정말 많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남성들은 바로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지만 여성은 대개가 그렇지 않다. 바로 식사 준비에 여행 후 뒤치다꺼리가 수도 없이 많다.

 더구나 어린 아들이나 어른들이라도 있는 가정은 그 몇 배의 노고가 필요하다.

 그런 걸 남성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할 수 있는 일은 같이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격려해줘야 한다.

 남편의 격려와 칭찬이 다른 사람의 칭찬과 격려보다 효과가 몇 배 더 크다는 사실을 남편들이 알아야 한다.

 나처럼 60이 넘어서야 깨달으면 머리가 한참 나쁜 바보다.

 까딱하면 졸혼(卒婚)이나 황혼 이혼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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