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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도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이제 추석 연휴가 지나가고, 조석으로 부는 신선한 바람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독서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암시하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독서 인구가 늘어나고 관련 행사도 많아서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천고마비의 가을은 마음을 넉넉히 해주고 있다. 바야흐로 오곡이 익어가고 단풍이 물들어 가는 계절인 가을을 대표하는 말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3가지, 즉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남자의 계절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왜 가을엔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가을에 독서하기 좋다는 말은 고사성어 등화가친(燈火可親)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중국 당나라의 문학자이자 사상가인 한유가 그 아들에게 독서를 전하기 위해 지어 보낸 시에서 등장한 말이다.

 가을을 독서와 연관시키는 문장이 본격적으로 이용된 것은 문자를 해독하는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한 근대에 사용했다. 잡지 「개벽」27호(1922년 9월 발행)에서 이돈화가 ‘진리의 체험’이라는 논설에서 "초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마을의 들과 언덕에 들어 왔으니, 힘써 등불을 가까이할 만한 시대가 왔다. 학교는 개학을 시작하고 공부하는 이는 책을 펴야 할 시간이 왔다"며 독서를 권했다.

 또한 이 시기에 조선총독부가 문을 열면서 총독부 도서관은 가을에 서울에 있던 공공도서관들을 중심으로 ‘도서관 협회’를 조직, 매년 가을에 도서관 무료 공개와 같은 독서캠페인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가을 독서주간으로 이어지면서 ‘가을은 독서’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이다.

 둘째,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정말 가을에 살이 찔까? 가을철에 살이 찐다는 것은 식욕증가와 연관이 깊다. 가을철의 식욕증가는 날씨의 변화와 밀접하다. 가을에는 날씨가 쌀쌀해져 체온이 떨어지는데다 야외활동 증가로 에너지 소비도 빨라진다.

 이런 변화 속에서 쉽게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식욕이 늘어나게 된다. 여름보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햇빛의 양이 감소하면 비타민D 생성이 줄어들게 마련, 이 비타민D가 줄어들면서 렙틴(지방조직에서 분비하는 체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호르몬)분비도 줄어 식욕조절이 힘들어진다. 주체 없이 끓어오르는 식욕 때문에 이를 참지 못하고 먹다 보니 가을에 살이 찐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남자들은 왜 가을을 탈까? 겨울과 여름 사이의 봄은 여자의 계절, 여름과 겨울 사이의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유독 가을이 되면 외로워하고 쓸쓸해하는 남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일까?

 이 이야기에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일조량과 일조시간이 부족해지는 봄과 가을에는 세로토닌(운동할 때,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웃을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가 감소된다. 행복감을 주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면서 우울한 마음이 생기는데 이를 의학용어로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계절로 접어들면서 신체가 흡수하는 비티민D의 합성이 저하되고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의 합성이 저하돼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풍성한 가을 하늘 아래,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 천고마비의 계절에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가을에 관련된 숨어 있는 그 의미를 잘 되새겨 이번 가을에는 그 유래를 바로 알고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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