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는 이제 악취와 먼지 등 불쾌한 이미지만 떠올리는 부정의 땅이 아니라 인천시민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가는 긍정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쌓아온 첨단 매립기술을 세계화하고, 소통과 화합을 통해 지역 주민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토대가 되는 드림파크로 발전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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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공사는 최근 매립가스를 활용한 발전사업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이곳의 수장인 이재현 사장은 수도권매립지를 희망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달 1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남손 매립장 매립가스 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A)’을 체결했다. 늘 의향서(LOI)를 주고받는 단계인 MOU를 뛰어넘지 못한 그동안의 해외 진출사업과 달리, 구체적인 사업 진행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해외 사업은 돈이 안됐습니다. 실제 공사에서도 그동안 20여 국가와 여러 형태로 추진했으나 대부분 타당성 조사에서 끝났습니다. 계획만 있고 사업화가 안 된 것이죠. 하지만 베트남 사업은 현지에서 45%의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가장 중요한 재원 문제를 풀었고, 무엇보다 MOA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사업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 사장의 확신에 찬 포부다.

 이번 하노이 사업은 시작일 뿐이다. 하노이에 이어 경제 중심지인 남부 호찌민에서 MOU를 체결해 베트남 북부와 남부에서 동시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토대로 베트남 인근의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은 물론 남미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파나마 등 세계 곳곳에서 매립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매년 3천여 명이 수도권매립지를 다녀간다.

이는 해외 진출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이 사장은 수도권매립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인 250㎿를 제4매립장 유휴 부지(100㎿)와 안암호(50㎿), 그리고 곧 매립이 종료되는 제2매립장(100㎿) 등에 설치할 계획이다. 오는 2022년까지 총 사업비 3천903억 원을 투입해 설치하면 막대한 환경개선 효과는 물론 약 46만 명의 장·단기 고용창출 효과와 지역 주민을 위한 지역발전기금 약 475억 원이 20년 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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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이 사업에 주민들을 참여시켜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사업에는 주민참여형 공모주를 추진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내겠지만 주민이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해 결과적으로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수도권매립지가 갖고 무궁무진한 힘의 원천을 통해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면서도 그가 늘 염두에 두는 일이 있다. 지역의 ‘인재 양성’이다. 드림파크 골프장에서 매년 2회의 자선골프대회를 통해 마련한 2억 원의 장학금으로 지역 인재를 지원해 온데 이어 이번에는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드림파크 청소년 미래 전당’을 마련할 계획이다.

 "청소년 전당은 매립지 인근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교육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습이나 지식에 필요한 고급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첨단열람실은 물론 청소년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공연문화시설, 직업 창출을 위한 공작소 등 청소년의 꿈을 펼치고 준비하는 인프라로서 청소년 전당을 조성하겠습니다."

 청소년 전당은 2021년 건립을 목표로 현재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추진 중이다. 사장 취임 이후 자유학기제 활용과 장학기금 조성에 이어 청소년 전당까지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는 데는 영화 ‘울지마 툰즈’의 주인공이자, 남수단 툰즈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짧은 생을 마감한 ‘남수단의 슈바이처’ 고 이태석 신부와의 각별한 인연이 한 몫 했다. 2000년대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에서 근무할 당시 케냐 나이로비에서 이 신부를 처음 만난 후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남수단의 현실에 충격을 받고 그곳 청소년들을 위한 나눔 활동에 매진했다. 귀국 뒤에도 수단어린이장학회를 설립하는 등 나눔정신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는 당시 남수단의 참상과 이 신부와의 나눔 실천을 전하는 내용의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당시 흙탕물과 한 그릇 죽으로 목숨을 이어가던 어린이들의 참상과 암 투병을 하면서도 목숨이 다 할 때까지 그들을 보살피던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보면서 저에게는 기준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살아간다면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 때의 기억은 이 사장에게 또 하나의 유산을 남겼다. 바로 소통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소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사장은 거침이 없다. 누구나 꺼리며 피하는 일이라도 그가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면 아무리 골치 아픈 현안이라도 풀지 못할 숙제가 없다. 늘 소통하라는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실제 그의 소통능력은 이미 공사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수도권매립지에서의 모든 성과 역시 ‘소통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소통은 모든 시스템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은 다양한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지만 머리를 맞대고 소통한다면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는 것이지요.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 기관과 주민들 관계에서도 소통만 된다면 못할 게 없는 것입니다. 당장 공사를 보더라도 소통이 잘 되니 일 할 수 있는 조직이 된 것입니다. 태양광 사업이나 매립기술 해외 진출 등 현재 공사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성과 역시 소통이 기반이 된 것이지요."

 공사는 올해 10관왕을 차지했다. 2년 연속 기관 평가 A 등급에 이어 최근에는 ‘2017년도 제6회 대한민국 지식대상 행정안전부 장관상’, 사회공헌대상, 경영대상, 환경대상 등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은 해다. 그 만큼 소통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이유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떠나는 날까지 공사를 긍정적인 체제로 더 견고하게 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어느 사장이 오느냐가 직원들에게 중요한 궁금증이었는데, 이제는 소통의 힘을 바탕으로 지역과 더 상생하고, 이곳을 더 긍정적인 땅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책임감이 앞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소통이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직원들이 스스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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