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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감정, 분노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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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인간의 감정은 기쁨이나 슬픔이나 안도감이나 불안감 등과 같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감정의 가장 깊은 곳에는 단 두 가지 감정만이 존재한다고 해요. 바로 ‘애정’과 ‘분노’라는 원초적인 감정입니다. 이 원초적 감정은 마음에 갑자기 나타나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애정이 올라오고, 그와 반대로 미워하는 사람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겁니다.

 애정이 올라올 때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살면 되는데, 문제는 분노가 올라올 때입니다. 통제가 되지 않으면 큰 실수를 할 테니까요. 분노는 상대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면, 화를 내는 사람의 신체 변화에 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이 올라가며, 심장질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막스 에르만의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라는 시에서도 분노가 우리들 삶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 어느 날 나는 그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 주문한 음식이 늦어지자 친구는 여종업원을 불러 호통을 쳤다. 무시를 당한 여종업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 난 지금 그 친구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었는데 그는 이제 땅속에 누워 있다. 그런데 그 10분 때문에 그토록 화를 내다니."

 원초적 감정인 분노는 도대체 언제 이렇게 불쑥 치밀어 올라 올까요? 첫째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는 자신감을 잃고 있을 때입니다. 셋째로는 너와 나의 관계를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놓고,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할 때입니다.

 「30년 만의 휴식」이란 책을 쓴 정신과의사인 저자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작아 보일 때 우울하고 분노가 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쑥 자라서 커진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더 이상 사소한 일로 분노하거나 우울해하지 않는다고 해요. 귀찮게 구는 작은 개를 슬며시 피해 버리는 큰 개처럼 어른다운 너그러움으로 세상을 대한다는 거지요.

 이 책에서는 분노와 죽음과의 관계를 연구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 결과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적대감을 조사한 뒤, 적대감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누고, 그때로부터 25년이 지난 50대의 그들의 사망률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적대감이 높았던 의사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의사들에 비해 무려 7배나 사망률이 높았고, 심장질환의 발병도 5배나 높았다고 합니다.

 분노가 이렇듯 우리들 몸에 무척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그때부터는 분노를 어떻게 다스릴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내 몸 안에서 일어난 분노이기 때문에 내 몸의 주인인 ‘내’가 충분히 다스릴 수 있을 테니까요.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장자’에게서 한 가지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장자는 "삶은 백 년을 채우지도 못하는데 항상 천년의 근심을 품고 사는구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토록 짧은 인생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달생편’에서 이렇게 조언해줍니다.

 "삶에 통달한 사람은 자기 생명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운명에 통달한 사람은 자기 운명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라고요.

 자신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에는 과감하게 나서고, 그럴 수 없는 일이라면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로 인해 화가 나는 것은 원초적인 감정이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행복하려면 ‘너’로 인해 발생한 분노를 ‘내’가 잘 다스려야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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