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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 - 부자유친

김진형 동국대 강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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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영원한 내 편이며 가장 가까운 존재이다. 그러나 동시에 선의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났기에 형제 자매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두고 경쟁하기도 하고, 장성한 후에는 사회적, 경제적 명성을 쌓아가며 은근한 경합을 펼친다. 부모의 마음이야 모든 자식들이 다 잘되기를 한결같이 기원하겠지만, 경쟁의 대상이 아버지와 아들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에서는 아버지 슈콜닉 교수의 뒤를 따라 아들 슈콜닉 역시 탈무드를 연구하는 학자의 길로 접어드는 과정 중에 생긴 해프닝을 담고 있다.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갓 걸음마를 뗀 듯 보였던 아들의 학문적 성취는 대외적으로 보았을 때 어느새 아버지가 따라잡기도 힘겨울 만큼 성장해있었다. 번번이 아들 뒤에서 박수만 쳐야 하는 아버지 슈콜닉의 잔뜩 찌푸린 얼굴에는 불편한 심기로 가득하다. 부자지간의 경쟁과 그 미묘한 심리를 웃기지만 슬프게 그린 블랙코미디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을 만나보자.

 무려 30년간 심혈을 기울인 연구가 경쟁관계에 있는 타 교수의 한 발 빠른 발표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걸 경험한 아버지에게 남은 영광이라곤 이 분야 최고 권위자가 자신의 책을 인용하여 논문의 각주를 달았다는 것 하나 뿐이다. 4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한 그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라곤 이제 자기 자신밖에 없었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누리는 대외적인 평가가 내심 부러웠다. 이처럼 인정받지 못한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그토록 기다려온 올해의 이스라엘 상 수상 소식이었다. 이에 움츠려있던 어깨도 펴지고 발걸음에도 절로 힘이 들어가 콧노래가 나오는 행복한 슈콜닉 교수 앞에 그만 모르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밀이 드러난다. 아들 슈콜닉 교수에게 갔어야 할 전화가 아버지에게 잘 못 간 것이었다. 이에 아들은 아버지의 대리 수상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그 마음도 모르는 아버지는 아들도 받지 못한 상을 자신이 받았다는 자부심에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들은 아직 멀었다’는 의기양양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기에 이른다.

 제64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작품답게 촘촘한 서사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수상의 비밀을 둘러싼 부자지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위트 있게 담아냈다. 허점을 찌르는 유머 속에서도 측은한 비애가 느껴지는 영화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은 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의 심리상태를 유쾌한 분위기로 탁월하게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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