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정일우
84분 / 휴먼 다큐 / 전체 관람과

2017102001010005409.jpg
평생 한국의 빈민들 곁을 지키며 ‘판자촌의 예수’라 불렸던 故 정일우 신부의 삶을 조명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내 친구 정일우’가 오는 26일 개봉한다.

 지난 1988년 감독 김동원은 헝클어진 머리, 볼품 없는 옷을 입은 한 신부를 만난다. 매일같이 커피, 담배, 술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늘은 또 무슨 장난을 칠까 궁리했던 개구쟁이, 노란 점퍼를 입고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멋들어지게 불렀던 ‘파란 눈의 신부’는 그렇게 우리들의 삶에 스며든다.

 故 정일우 신부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개명 전이 이름은 존 빈센트 데일리다. 한국 천주교 신부로 1998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그는 앞서 지난 1960년 예수회 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건너와 3년 동안 신학실습을 했고, 4년 뒤 고등학교 시절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 내 노동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던 프라이스 신부를 도와 언론자유운동 등 사회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빈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단순한 피켓시위가 아닌 빈민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빈민 교육에도 헌신한다.

 이번 작품은 당초 정일우 신부를 따르던 사람들이 신부에게 바치는 작은 헌정품으로 기획됐었다. 정 신부는 김동원 감독뿐 아니라 여러 명의 팔자를 바꿔놓은 사람이었고, 인종이나 국적, 나이 등 여러 차이에도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었다고 김 감독은 회상한다.

 "정일우 신부님은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는 스승이 아니라 ‘같이 놀아준’ 친구였습니다. 작품을 만들다 보니 정 신부님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재밌는 분이셨고, 우리끼리만 알고 좋아하기엔 아까운 사람이란 생각이 커졌죠.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 정일우 신부를 만날 수 있기를, 그의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송환’과 ‘상계동 올림픽’으로 한국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김동원 감독의 9년 만의 신작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