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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군 농협구례교육원 부원장
# 파도소리 들리는 볏가리마을

작은 파도소리와 함께 벼 수확이 한창이다. 필자와 체험단이 찾은 곳은 충남 태안의 볏가리마을이다. 서해와 가로림만 사이에 길게 뻗은 이원반도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체험마을 중 하나다. 얼핏 보면 들녘이 많아서 전형적인 농촌마을 같지만, 솔숲 뒤로 너른 개펄이 펼쳐져 파도소리 들리는 갯마을이다. 추수가 끝난 뒤의 논에 볏가리를 세우는 풍속이 남아 있어 ‘볏가리마을’로 불린다.

 농촌의 정겨움과 어촌의 낭만을 두루 체험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특히 바다는 연중 체험이 가능해 가을 추수가 끝난 늦가을이나 겨울에도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볏가리의 자랑인 바다체험장은 바닷가 산책, 조개잡이, 굴 따기, 갯벌체험, 염전체험 등이 가능하다. 갯벌에 뽕뽕뽕하며, 게들의 집이 눈앞에 다가서고, 현지인의 흥미진진한 갯벌 이야기가 더욱 실감나게 들린다. 이처럼 농어촌의 풍속과 풍경을 모두 지닌 덕택에 농촌과 바다체험이 동시에 가능하다. 특히 신나는 일은 주민들이 수확해 온 굴을 마당에 쌓아 놓고 숯불을 피워 굴을 구워 먹는 것이다. 익으면 저절로 입을 벌리기 때문에 먹기도 수월하다. 불에 적당히 익은 굴은 싱싱하면서도 건강한 바다 냄새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마을에는 전통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남아 있어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직접 고무래질로 소금을 모으거나 수차와 용두레, 맞두레로 염전에 물을 퍼 올릴 수 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염전을 개방하고 있는데 11월 말까지 체험이 가능하다.

 마을 앞 솔숲에는 소원 주머니를 단 솟대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솟대는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날 동제를 지낼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기원하며 나무를 깎아 마을 입구에 세워 놓던 것이다.

# 숲과 바다의 향을 한 번에

볏가리마을에서는 나무로 오리를 깎아 세우고 각자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빨강 파랑 주머니에 넣어 솟대에 매다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 이름의 기원이 된 볏가릿대 놀이는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하는 이 마을의 오랜 전통이다.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리기 위해 정월대보름 전날 밤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 볏가릿대를 쌓았던 것.

 솟대가 서 있는 솔숲 주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길은 바닷가로 이어진다. 해변을 따라 마을 서쪽의 바닷가 절벽엔 구멍바위가 있는데, 이 구멍을 통과하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어서 옛날부터 아들 낳기를 바라는 아낙네의 발길이 잦았다고 한다. 또한 이 구멍바위로 바라보는 일몰 광경이 인상적이다.

볏가리마을 주변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다녀가고픈 여행 명소들도 즐비하다. 마을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학암포는 아담한 포구와 멋진 해변이 보기 좋은 곳.

 학이 노닌다는 뜻을 지닌 학암포는 방파제를 가운데 두고 동쪽과 서쪽에 해변이 발달해 있다. 서쪽 해변이 특히 운치 있는데 썰물 때면 길이 연결되는 자그마한 섬이 해변 풍경을 한층 근사하게 만든다.

 체험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갈 때는 바닷가를 다시 걸을 수 있다. 물이 빠진 바닷가 풍경의 아름다움을 만끽해보고 갯벌의 고둥 같은 생물들도 자세히 볼 수가 있다. 작은 사막과 아름다운 모래 언덕을 넘어 바다 위 안개가 피어 오르는 멋진 풍경도 장관이다.

 하루 동안에 농촌의 풍경과 어촌의 갯벌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볏가리마을로 발길을 옮겨보자. 특히 바쁜 생활 때문에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을 불러보자. 그리고 바닷가 솔향기 길을 걸어보자. 아름다운 해안가와 바닷가가 보이는 솔숲 길을 따라 걸으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더욱 깊어진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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