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포수, 축구에 플레이메이커가 있다면 배구에는 세터가 있다. 경기 조율이 주요 임무인 이들은 필드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리며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도 있다. 전통적으로 세터는 공격수에게 양질의 토스를 올려주는 임무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득점 능력까지 갖춰야 주목받는다.

2017-2018시즌 V리그 남자부 황택의(21·KB손해보험·왼쪽)와 여자부 이다영(21·현대건설)은 시즌 초반 공격·수비·경기 조율까지 빼어난 ‘팔방미인’ 세터로 성장하고 있다.

황택의는 지난 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프로배구 출범 이후 세터로는 최초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시즌 중반 이후 선발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기대에 부응했고, 신인상 수상과 국가대표 발탁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권영민이 한국전력으로 이적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황택의는 KB손해보험의 개막 2연승을 이끌고 있다. 비시즌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해 토스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와 이선규, 이강원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경기 운영 역시 노련미를 더했다. 게다가 세터치고는 큰 신장(189㎝)을 앞세워 블로킹에 능하고 강서브까지 갖췄다.

KB손해보험이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V리그 출범 후 첫 3-0 승리를 잡은 18일 경기는 황택의의 독무대였다. 황택의는 블로킹 득점 4개·서브 에이스 5개로 총 9득점을 쓸어담아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이번 시즌 황택의는 서브로만 9득점을 올렸다. 총 서브 시도는 47번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린다. 본업인 토스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84개의 세트 성공으로 최다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이다영이 팀의 2연승을 이끌며 눈길을 끈다. 프로 4년차로 입단 직후부터 재목으로 주목받았지만, 소속팀에서는 백업 역할에 만족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전 세터 염혜선이 IBK기업은행으로 옮기고, 명 세터 출신 이도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야 기량은 꽃피기 시작했다.

신장 179㎝로 여자부 세터 가운데 최장신인 이다영은 블로킹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는 공격까지 척척 소화한다. 15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블로킹으로만 3득점을 올린 이다영은 18일 IBK기업은행전에서 블로킹 3득점 포함 5득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평균 5.49개였던 세트도 시즌 돌입 후 12.1개로 두 배가량 늘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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