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최종 종착점은 결과다. 결과물의 성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를 얻기 위한 과정 또한 중요하다. 일의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도 생긴다. 동업자의 관계는 더 더욱 그렇다. 함께 의기투합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하지만 양측의 신의가 깨지면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이하 송도IBD) 개발사업의 모양새가 그렇다. 이 사업은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궤(軌)를 함께 해왔다. 2003년 8월 국내 최초로 송도, 영종, 청라 등 인천의 3개 지역이 경제자유구역(IFEZ)으로 지정됐다. 3곳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송도IBD 개발사업 투자유치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로부터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공유수면이었던 송도IBD 터에는 초고층 건물과 공원 등이 세워져 인천의 랜드마크로 탈바꿈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역사를 간직한 송도IBD 개발사업이 지금 멈춰선 지 꽤 됐다. 주주간 신뢰가 깨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그 결과, 송도국제도시 전체 개발사업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본보는 송도IBD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 보고 최근 2년간 사업이 중단된 원인 등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송도IBD의 태동

송도국제도시 이야기는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기선 전 인천시장 시절이다. 첫 민선 시장인 최 시장은 당시 송도를 공항·항만과 연계한 21세기 동북아 경제권의 핵심도시이자, 첨단복합형 기능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놨다. 이때부터 송도 개발 밑그림은 그려지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육성해 국가 경쟁력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이었다. 2003년 8월 국내 최초로 송도·청라·영종 등 3개 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3곳의 경제자유구역 중에 가장 먼저 첫 삽을 뜬 곳이 송도 IB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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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수면 매립이 완료된 송도IBD 터.
송도 IBD는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577만㎡ 규모로 개발 그림이 그려졌다. 이곳은 외국인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국제 수준의 문화·교육·의료시설을 조성해 양질의 생활여건을 갖추는 청사진을 담았다. 사업이 끝나는 시점에는 상주인구 약 6만 명, 상근인구 26만 명 규모의 첨단 신도시로 계획됐다. 2001년 7월 인천시와 미국 게일사, 국내 포스코건설 3자간 송도 IBD 개발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02년 3월에는 게일사와 포스코건설이 7대3으로 출자해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를 설립했다. 보다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게일사와 포스코건설이 7대 3으로 출자한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이하 GIK)라는 별도 법인을 세워 업무대행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NSIC는 인천시와 송도 IBD 토지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송도 개발의 서막이 열렸다.

#송도IBD의 성장과 위기

송도IBD 개발사업은 약 24조 원을 들여 동북아시아 국제 비즈니스 허브도시 개발을 위한 외국인 친화적인 경영환경과 정주여건을 갖춘 국제도시를 목표로 했다. 사업 초기 우려와 달리, 2005년 첫 분양한 더샵 퍼스트월드는 260대 1이라는 뜨거운 청약 열기 속에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더샵 퍼스트월드의 완판으로 송도 컨벤시아가 착공에 들어갔다. 2005년 6월 NSIC는 1조5천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을 무난히 마무리 지었다. 그 해 11월에는 송도 IBD의 마스터플랜 실시계획이 정부 승인을 통과했다.

이후 NSIC는 2007년 11월 4차 자금 조달을 통해 2조5천억 원을 확보함으로써 송도 IBD의 모든 토지 매입을 끝냈다. 송도 IBD에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를 연상케 하는 39만6천㎡의 송도중앙공원,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 채드윅이 운영하는 송도국제학교, 유럽풍 노천카페, 레스토랑, 스트리트 몰이 있는 커낼워크, 세계적 수준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등이 건설됐다. 더샵 센트럴파크 1·2차, 더샵 그린애비뉴 등도 역시 높은 청약 경쟁률 속에 성공가도를 달렸다.

송도IBD에 아름답고 개성 있는 건물이 늘어나면서 국내 CF,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게 됐다. 2012년 10월에는 녹색기후기금(GCF), 2013년 10월에는 세계은행이 유치돼 서서히 송도IBD의 위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이면에는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 부재라는 그림자가 있다. 송도IBD 개발 초기 30억 달러 이상 외자유치를 약속한 게일사가 이룬 외자유치 실적은 고작 6천371만 달러로 30억 달러의 2% 수준으로 매우 저조했다. 자급자족도시를 표방했던 송도IBD에는 치명적이었다. 국제도시가 자칫하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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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사업이 멈춰 선 현재.

여기에 2008년 9월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송도 내 부동상시장을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송도IBD가 존폐의 갈림길에 놓인 것이다. 꺼져가는 송도IBD의 불씨를 살리고자 포스코건설은 송도 이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후 사옥 건설에 들어갔다. 파트너사의 외자 유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송도IBD 개발을 함께하는 회사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2010년 5월 송도사옥 준공에 맞춰 서울에서 근무하던 임직원 2천200명과 가족들이 한 번에 내려오며 송도에 터전을 잡았다. 그 파급력은 송도 뿐만 아니라 인천 전 지역에 활기를 북돋기에 충분했다. 송도사업에만 집중할 줄 알았던 포스코건설은 지역사회공헌에 매진했다. 지역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도모하며 인천 지역사회와 상생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포스코도 그룹 차원에서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다. 같은 해 11월에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2013년 포스코플랜텍, 2014년 3월 포스코엔지니어링(현재 포스코건설과 합병)이 송도로 이전했다. 2015년 1월 26일 포스코인터내셔널, 3월에는 인천포스코고등학교 개교, 4월에는 포스코A&C까지 이전하면 포스코 그룹사 직원 약 5천200명이 송도에 근무하게 돼 명실상부한 ‘포스코그룹 송도시대’가 열렸다.

2010년 5월 NSIC에게 2조5천억 원 PF를 제공한 금융권에서는 PF 만기 연장을 조건으로 2조5천억 원에 대한 포스코건설의 책임준공 보증, 3천억 원 자금보충약정 등을 요구했다. 포스코건설이 받아드리기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송도 IBD가 무너질 경우 회사도 같이 무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포스코가 제철보국의 신념으로 포항, 광양제철소를 성공적으로 건설한 것처럼 송도 IBD를 성공적 완수하겠다는 일념 하에 모든 리스크를 떠안았다. 이로 인해 공사비 1천억 원을 대우건설에게 지급하지 못해 멈춰 섰던 동북아무역센터(이하 NEATT)의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마무리해 NEATT는 지금 송도IBD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2013년 12월에는 사업 초기에 국내 13개 금융사에게 받은 대출금리보다 1% 가량 낮을 금리로 새롭게 PF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중도상환하고 금융구조를 재편하는 ‘금융 재구조화’를 단행했다. 이 때 포스코건설의 책임 분양과 채무인수, 손해배상 의무를 추가 보증한 덕분에 NSIC는 금리도 낮추고 최소 보유자금도 줄여 금융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송도 IBD사업을 준공, 미분양, 자산, 진행, 예정, 매각 등 6개 패키지로 나눠 패키지마다 금리, 만기일 등의 PF 조건을 다르게 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포스코건설의 희생과 노력에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선 송도IBD 개발사업은 2015년 7월 돌연 멈춰 섰다.

#송도국제업무단지 사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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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일 회장이 인천경제청에 보낸 GIK 일원화 공문.
성공적으로 진행돼 오던 사업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그 위기는 내부에 있었다. 스탠 게일 회장이 미국에서 내야 할 수천억 원대의 개인 세금을 포스코건설에게 분담을 요구했다. 게일 회장은 이를 거부당하자, NSIC 이사회 승인 후 인천경제청 인·허가를 획득한 사업을 포함해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게일 회장은 포스코건설이 GIK를 장악하고 IBD사업을 멋대로 좌지우지 한다는 명목아래 2015년 9월에 GIK대표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더샵 퍼스트파크 아파트 공사비 700억 원을 NSIC 이사회 승인 없이 포스코건설에 선지급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난 9월 28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혐의로 확정됐다. 700억 원을 선지급함으로써 7억6천만 원의 할인(3.17%)을 받아 은행예금(예금금리 1.5%, 대출금리 3%) 보다 높은 이익을 NSIC가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동안 송도IBD 개발사업 중단의 이면에는 게일 회장의 사익 해결을 위한 무리한 요구가 발단이 됐다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지금도 사업수행 주체를 두고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당초 당사간 합의한 대로 IBD사업을 GIK에서 대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NSIC는 GIK는 단순 용역사이므로 NSIC가 직접 사업 진행을 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 12월 감사원 감사 후 게일 회장이 직접 서명해 인천경제청에 보낸 공문을 보면 모든 사업을 GIK로 일원화해 사업을 진행하다고 돼 있어 포스코건설의 말에 설득력을 더 하고 있다. (공문 사진자료 제공). 여기에 F19·20·25, B2블록 개발사업인 패키지4 사업부지 매각과 관련해서도 서로 대립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6월 패키지4 담보대출금의 기한이익이 상실돼 NSIC를 대신해 PF 대출원금 3천600억 원을 대위변제 했다. 최근 대출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해당 부지를 공매할 예정이었으나 인천경제청의 요구에 따라 잠정 보류한 상태이다. 그런데 지난 9일 바른리얼유한회사(이하·바른리얼)에서 NSIC와 패키지4의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측은 "패키지4 부지는 실시계획상 NSIC가 주거시설을 건설해 매각하기로 계획돼 있는 부지로 임의매각이 불가하며, NSIC가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NSIC 이사회 멤버 5명 중 4명의 승인이 필요하나 승인이 없었다. 그리고 신탁사와 우선수익자인 포스코건설의 승인도 없었다"고 밝혔다.

#송도국제업무단지(IBD) 향후 전망

송도IBD 개발사업은 주주인 포스코건설과 게일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중재에 나섰다.

인천경제청은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늦어도 이달 중으로 양측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다행히 중재를 통해 준공 후 1년 넘게 멈춰있던 아트센터는 게일과 포스코건설이 준공 신청하는 것을 합의해 올해 중으로 개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중재회의에서 양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그 골이 더욱 깊어져 송도IBD 개발사업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트센터와는 다르게 송도IBD 정상화는 사업자간의 문제이다. 이 때문에 인천경제청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일각에선 게일 회장이 빠진 협상 테이블에서 NSIC측이 중요사항에 대해 결단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인천경제청에서도 강하게 밀어 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송도 IBD사업은 사업이 종료 후 최종 발생한 수익을 경제청과 NSIC가 5대5로 나누는 구조로 돼 있다. 두 기업간의 다툼으로 인해 사업 진행이 안되면 결국 인천경제청이 가져갈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천경제청은 156억 원만 투자해서 공식 배당금만 687억 원을 가져간 게일 회장에게 본연의 역할인 외국인 투자유치 의무이행을 강하게 요구해야 하는 권리도 갖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번 중재에서 이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경제자유구역 효시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대표하는 송도 IBD 개발 중단으로 인천시와 더 나가 대한민국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국제도시에 걸맞도록 국내외 유수 기업을 송도에 유치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에서 송도IBD 개발사업 중단은 기업을 유치하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2012년 11월 인천시로부터 명예시민증까지 수여 받은 게일 회장은 개인의 이익에 눈이 멀어 300만 인천시민을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센트럴파크에 포스코건설과의 협력관계를 상징하는 대형 고래 조형물을 직접 만들던 시절의 게일 회장으로 돌아가 송도 IBD 개발사업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 게일 회장이 직접 포스코건설과의 협상장에 나타나 글로벌 디벨로퍼의 명성에 걸맞게 협상에 임해 주길 바란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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