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될 「굳세어라 금순아」(제작 아인스필름ㆍPMC프로덕션)는 `열혈 아줌마 남편 구출기'란 부제가 말해주듯 `제3의 성(性)'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배구스타 출신인 전업주부 금순(배두나)은 친정에 들러 모자란 잠을 보충하려다가 시부모가 이튿날 새벽에 오겠다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란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만큼 바쁜 판에 남편 준태(김태우)는 직장 동료들과 한잔 걸치느라 밤늦도록 집에 돌아올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파김치가 된 몸을 소파에 눕히고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사이 전화 벨이 울린다."여기 비브르사비인데 돈도 없는 주제에 술을 왕창 때려먹은 채 버티고 있으니 빨리 데려가쇼."

술 실력도 보잘것없는 준태가 170만원어치나 술을 마셨다는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지만 시부모가 오실 때까지 남편을 집에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에 금순은 간신히 재운 6개월짜리 딸 송이를 들쳐업고 술집을 찾아나선다.

이때부터 유흥가를 좌충우돌 누비는 금순의 하룻밤 무용담이 펼쳐진다. 비브르 사비를 찾아헤매던 금순은 어린 여자를 꼬셔 여관으로 데려가려는 중년을 혼내주다가 조직폭력배 양동이파 두목 백사에게 토마토 세례를 퍼부어 주먹패의 표적이 된다.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아이를 잃어버리는가 하면 여성을 술자리의 안주로 삼는 준태의 직장 상사의 얼굴에 스파이크를 날리기도 한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두나는 우리 영화계에 이색적인 존재로 꼽힌다. 「플란다스의 개」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 것」 등을 통해 연기력은 인정받았으나 관객 동원능력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기파 배우니 개성파 배우니 하는 훈장을 하나쯤 버리는 대신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을 공산이 크다.

현남섭 감독은 `조폭 코미디'라는 충무로 최고의 흥행 요소로 밑밥을 뿌린 뒤 실력파 배우들을 미끼로 삼아 관객을 낚아올리겠다는 심산을 내비치고 있다. 「2009로스트 메모리즈」 「꼬리치는 남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01번째 프로포즈」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감독답게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빈틈없이 시간적으로 배치해놓은 직조 솜씨도 빼어나다.

남성 중심의 밤 문화에 응징을 가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영화 속배경은 아줌마라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 한바탕 활약을 펼칠 만한 싸움판(혹은 놀이판)을 꾸며놓은 수준을 넘지 않는다.

"코미디 영화니까"라고 웃어넘기면 그만이라 하더라도 아이 업은 금순이 달리기로 젊은 남자들을 따돌린다거나 인사불성이 돼 있던 준태가 약(수면제로 추정)을 먹고 깨어난 뒤 두주불사로 바뀐다는 설정은 너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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