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space)에 관한 연구는 밝혀낸 것보다 앞으로 밝혀낼 것이 더 많다. 인류의 역사가 아무리 오래됐더라도 이 관점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그 환경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상상해 보라. 평소 일상에서 관심을 두지 않을 뿐, 곱씹을 수록 신비하지 아니 한가. 가늠하기도 힘든 거대한 공간 안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 우주에 대한 신비는 아마도 ‘신은 존재하느냐’에 관한 질문과도 같다. 그리고 여기, 시작은 미비(未備)하나 꿈은 우주와도 같은 청년들이 있다. 경기상상캠퍼스(이하 상캠)에서 그들은 하나씩 하나씩 목표를 실현 중이다.

▲ 왼쪽부터 스페이스 젤리의 정지수, 이은지, 김지훈, 안태인.
# 4명의 청년, ‘지구별’ 밖으로 눈 돌리다

우주농업 스타트업인 ‘스페이스 젤리’는 현재 총 4명의 청년들이 활동 중이다. 서울대 농생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두 명의 남성 청년과 한양대 금속공예과를 전공한 두 명의 여성 청년들.

그들은 ‘우주농업’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 그룹의 리더 격인 김지훈(31) 대표는 우주농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고 살 수 없게 되면 언젠가는 우주(다른 행성 혹은 인공으로 만든 공간)에 정착해야 하는데, 먹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우주는 지구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방법으로 작물을 기를 수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우주농업은 우주에서 작물을 기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죠." 김 대표가 우주농업에 뛰어든 건 2015년 11월. 그의 표현대로 라면 "막무가내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이것저것 하다가 사무실은 있어야겠더라구요. 여기저기 알아 보다 상캠 인근에 위치한 서울 농생명 창업지원센터에 터를 잡은 뒤 상캠이 문을 열며 이주했습니다."

▲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
현재의 멤버가 구성된 건 올해 초다. 김 대표의 창업 소식을 듣고 전공이 같은 형님 안태인이 손을 내밀었고, 올해 초 경기도가 진행한 푸드바이크 공모전을 통해 알게 된 정지수, 이은지에게 동업 제의를 했다. 기본적으로 남성 2명은 연구와 기술개발을, 여성 2명은 디자인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분업을 이뤘다.

"초창기에는 남들이 아무도 안 하는 것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출발했습니다. 우주농업을 결정한 것도 방대한 검색을 통해 결정했죠. 사실 지금이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 더 많은 작물, 태양광과 흙 없이 자라야

상캠 내 스페이스 젤리의 공간은 완벽하진 않지만 우주처럼 신비한 분위기다. 영화 ‘마션’의 한 공간이 연상된다. 태양광이나 흙 없이 작물을 기르는 기술을 완성하는 데 한창이다. 기본적은 수경재배 작물은 물론, 규모는 아주 작지만 벼와 인삼 또한 실험 중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태양광의 경우 LED 빛으로, 흙은 화학적 성분의 영양분이 함유된 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일부 작물에 국한되지만 좀 더 많은 작물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해 나갈 것입니다."

▲ 시제품 스페이스 가든
스페이스 젤리는 이미 전시를 통해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공모한 ‘광 프로젝트’에 선정돼 ‘우주농업복합문화공간’을 운영했다. 전시장은 어두컴컴하게 꾸며 우주의 분위기를 살리고 식물이나 버섯, 감자 등의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전시했다. 약간의 연출을 더했지만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반려식물 컨텐츠를 통해 화분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시제품도 개발했다. 올해 열린 서울대 농생대 창업경진대회에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스페이스 가든(가제)’이란 이름을 붙여 참가했죠. 출장이나 여행 등 장기적으로 반려식물과 떨어져 있을 때 유용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물 양을 조절하기도 하고, 지구 모드와 스페이스 모드 등 여러 분위기도 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화분은 가꾸다 말아도 되지 하는 식’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식물도 엄연히 생명이니까요."

# NASA에서 연락 올 때까지 기술 개발

김 대표는 본래 생명과학부를 전공했다. 동물실험 후 버려지는 쥐나 개구리를 보면서 회의감이 들었고, 이런 저런 이유가 겹치며 농업생명으로 선회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 친구 한 분이 백혈병에 걸리고도 농약을 뿌리며 밖에 나가 농사를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다소 충격이었죠. 그래서 당장 실내에서 안전하게 작물을 기르는 방법도 개발할 겁니다. 어차피 농업 분야도 앞으로는 청년들이 나서야 하잖아요. 가죽재킷 입고 농업하는 날이 오겠죠."

▲ 재배 실험 중인 인삼.
김 대표는 당장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공유농장’으로 청년들을 모아 함께 가공품을 만들어 판다는 계획이다.

"요즘 청년취업 힘들다고 하는데, 실험적이지만 실제 10여 명 정도 채용해서 진행하려 합니다. 예컨대 인삼주라 하면 통상 인삼을 술에 담그는 것을 떠올리잖아요. 우리는 인삼에서 좋은 성분들만 추출해 술과 혼합해서 만든 인삼주를 판매하는 식인 거죠."

스페이스 젤리는 교육과 문화 기획도 병행하고 있다. 중학교를 찾아 강의를 하기도 하고, 우주 분위기를 낸 공간에서 셀프로 사진을 찍는 ‘인생 사진관’도 운영한다. 그래도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우주농업이다.

▲ 경기상상캠퍼스 내 스페이스 젤리 사무공간 전경.
"본격 기술개발에 나서 미국 나사(NASA)에서 먼저 연락이 오게끔 하고 싶습니다. 태양광을 실내로 끌어 올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여러 작물이 흙 없이 자라는 기술도 개발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러시아가 우주선을 쏴 올리는 것, 사실 그들만의 자존심 싸움에 지나지 않잖아요. 지금까지 인류가 얻은 게 별로 없거든요. 스페이스 젤리는 우주농업을 통해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되려합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사진=스페이스 젤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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