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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사진과 같은 비문자 매체를 중심으로 근대 인천의 모습이 담긴 자료를 12년째 모으고 있다. 수집한 자료는 근대 인천의 모습을 맞추는 퍼즐이다. 확신을 갖게 된 내용은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북성동, 내동, 전동, 신흥동, 화수동 등 그간 살피지 못했던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역은 중구청 일대에 비해 자료가 적고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물이 없어 판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영미연초 인천공장(Chemulpo Tabaco Co.)과 산동회관이나 공화춘 건물 등은 그동안 여러 차례 들여다봤지만 명확하지 않다.

 비문자 매체에서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을 확인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여러 자료에 담긴 내용의 앞뒤가 딱딱 맞아 떨어지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는 쾌재를 부른다. 그렇지만 항상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확신했던 내용이 나중에 발견된 자료에 의해 바뀌기도 하고, 면밀히 살핀다고 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나면 난감하다. 그리고 서로 연결되지 않는 내용 때문에 애를 먹은 적도 많다. 얼마 전에는 화도진의 위치를 찾기 위해 한동안 헤맸다. 겨우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고민거리가 밀려온다.

 얼마 전 인천도호부 전경이 담긴 사진엽서가 공개됐다. 화도진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자료를 통해 2001년에 완공된 인천도호부 관아 건물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인천시 관교동 전통민속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인천도호부 관아는 화도진도를 비롯한 문헌자료와 조선시대 관청의 특징을 근거로 설계됐다. 당시로서는 인천도호부의 모습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사진엽서의 등장으로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이는 복원, 재현이라는 말의 엄중함을 일깨워준 사례이다.

그런데 10월 12일자 기호일보 보도에 따르면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자유공원에 인천각 등 멸실된 근대건축물을 세운다는 소식이 들린다. 109억6천100만 원이 소요되는 이 사업은 내년에 착수해 2020년 완공할 예정이며, 인천시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달 해당 계획을 고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인천시는 2005년에도 이와 비슷한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근대건축물 재현을 놓고 인천지역 사회의 여론이 갈리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의견 차이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영원히 끝난 줄 알았던 이 사업이 10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튀어나온 배경이 궁금하다.

인천시가 새로 세우려는 근대건축물이 현존하고 있다면 당연히 보존되고 활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식민유산을 시민의 세금으로 다시 세워서는 안된다. 건축물의 본질적 가치, 근대문화유산의 양면성과 역사적 사실 등 어떤 이유에서도 지을 수 없는 건물들이다.

기호일보 보도를 접하고 과거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을 막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은 개항기에 형성된 문화유산의 정확한 실태와 그곳에서 전개된 역사를 밝히는 인천 근대문화유산 전수조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 지금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한 눈요깃거리 만들기에 찬사를 보내는 시대가 아니다. 근대건축물 다시 세우기를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26억 원을 들여 세운 짝퉁 대불호텔에 대한 시민들의 싸늘한 눈길을 직시할 것을 권한다. 멸실 건축물 재현사업은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건물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 옳다. 백 번 양보해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추진력을 얻기 위해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면 조선 정부가 인천개항장을 다스리기 위해 세운 인천감리서에서 찾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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