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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시인
1924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에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나와 있다. ‘仁川府 車輛數’라는, 당시 인천부 전체 차량 대수를 차종별, 소유인별로 분류해 통계를 낸 내용이다. ‘흥미로운 통계’라고 말한 것은 오늘날 일반적 차량 개념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기억 속의 운반구(運搬具)’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인력거(人力車), 우마차(牛馬車) 따위가 통계 수치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1924년이라면 사실 지금으로부터 근 한 세기에 가까운 93년이나 격한 시절이니, 인력거나 우마차가 운송 수단으로 차량 통계에 잡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인력거는 몰라도 우마차는 오랜 운송 수단으로 1980년대까지도 간간히 목도할 수 있었다. 혹시 우마차 등속이 차량인가 싶은 독자를 위해 도로교통법의 정의를 소개하면 ‘자동차, 원동기장치 자전거, 차마(車馬)를 차량이라 한다’고 되어 있다.

 동아일보는 당시 인천부 내 주요 차종별 운송 수단을 모두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자동차, 하차(荷車), 자전거에다 앞서 말한 인력거와 우마차를 포함시킨 것이다. 자동차는 승용차를 의미하고 하차는 짐차, 곧 화물차를 가리킨다. 통계는 다시 이 운송 수단들을 일본인, 조선인, 외국인 순서로 소유를 구별한다.

 자동차는 인천부 전체에 총 11대였다. 조선인과 외국인의 소유는 없이 오로지 일본인들만 가지고 있다. 화물차인 하차는 다른 차량에 비해 전체 대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인천항이 대표적인 무역항인 까닭이었을 것이다. 일본인이 335대, 조선인이 104대, 외국인이 41대를 보유해 총 480대가 운행되고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1924년이면 개항 후 41년이 되는 해인데, 관용차인지는 몰라도, 부와 권력의 상징이랄 수 있는 승용차는 오로지 일본인들만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조선인보다 3배가 넘는 화물차 보유 대수로서 인천항에서의 실질적인 경제 점유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그 밖에 자전거는 일본인이 591대, 조선인이 66대, 외국인이 30대를 보유하고 있다. 우마차는 외국인 소유는 없이 조선인과 일본인이 각각 188대, 141대를 가지고 있다. 일본인들이 조선인에 버금갈 만큼 많은 우마차를 가졌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인력거 역시도 일본인과 조선인만 소유하고 있는데, 일본인 96대, 조선인 5대로 일본인 소유가 압도적으로 많다.

 당시 소설이나 신문의 기록을 보면 인력거꾼은 대개가 다 조선 사람이 맡아했던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의외로 인천의 인력거는 거의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민 일본인도 많이 건너왔다고 하지만, 혹 소유는 일본인, 인력거를 끄는 일은 고용된 조선인이 하는 그런 식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차량의 소유인별 수를 보면 일본인이 1천585명, 조선인이 213명, 외국인이 58명으로 도합 1천856명이다. 실제 인천부에 차량세를 내는 차량 총수가 1천608대인 데에 비해 소유주는 248명이나 많은 것이다. 차량을 공동 명의로 소유했기 때문이라면 공동 명의자의 대부분은 일본인들이다. 1천585명이 1천274대를 소유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311명이 공동 명의자가 것이다. 일본인들은 고가의 화물차를 다수 소유했던 까닭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

 이에 반해 조선인은 213명이 총 263대, 외국인은 58명이 총 71대를 소유해 한 사람이 두 종류 이상의 운송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외국인의 차량 소유는 화물차와 자전거 두 종류뿐이어서 자연히 그 둘을 중복해 가지고 있었을 것이나, 조선인은 화물차와 자전거 또는 우마차 중 어느 것을 중복해 소유하고 있는지 확정하기가 어렵다.

 1924년 당시 인천부 인구는 조선인 2만9천260명, 일본인 1만1천420명, 중국인 1천713명, 기타 외국인 32명으로 총 4만2천425명이었다. 그러니까 전체 인천부 인구 2천638명당 차량 1대꼴인 셈이다. 그러나 국민별 인구 대비 차량 보유 대수를 따져보면 조선인은 1만1천126명에 1대, 일본인은 896명에 1대, 외국인은 25명에 1대꼴이다. 외국인은 절대수가 작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조선인과 일본인의 비교에 있어서는 참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라 빼앗기고 경제 실권까지 다 내주었음을 보여주는 한 세기 전의 차량 통계를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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