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던 여성에게 다가가 자위하고 체액을 뿌리고 도망간 엽기적인 사건을 경찰이 두 달 넘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궁에 빠지는 등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더욱이 가천대와 동서울대 등 대학가가 인접한 이 일대 원룸촌에서도 절도 등의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성남수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4일 오후 10시께 여대생 A씨는 수정구 복정동의 버스정류장에서 한 남성에게 봉변을 당했다. 홀로 버스정류장에 있던 A씨는 남성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이상함을 느꼈으나 타야 할 버스를 확인하느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뒤 A씨는 자신의 허벅지와 쇼핑백에 하얀 체액이 묻은 것을 보고 놀라, 따져 물었지만 이 남성은 곧바로 도주했다.

출동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액이 묻은 옷을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인상착의와 도주방향을 특정하지 못했고, 유전자 분석에서도 성범죄 전과자와의 DNA도 일치하지 않으면서 80여 일째 수사는 제자리다. A씨가 진술한 하얀색 셔츠를 손에 든 30∼40대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청바지를 입은 남성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태다.

한 여대생은 "이 전에도 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변태남 정액테러’ 사건이 있었다는 얘길 들은 바 있다"면서 "해외에서나 접할 사건이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것에 소름끼치고, 범인도 잡히지 않나 밤길을 조심하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오전 2시 20분께에는 이 지역 인형뽑기방에 절도범이 침입해 지폐교환기를 파손하고 11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을 지나던 상인이 수상쩍은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용의자가 모자와 마스크, 장갑을 착용한 채 CCTV가 단절된 경로로 이동해 아직까지 신원파악도 하지 못했다. 범죄 추적에 필수적인 CCTV가 설치되지 않거나 단절되는 영상이 수사의 어려움과 더불어 주민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얼굴이라도 특정돼야 탐문이라도 할 수 있기에 CCTV가 수사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며 "이들 사건은 여건상 관련 영상을 확보할 수 없어 용의자 인상착의 등 이동경로를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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