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지역 원도심에 노인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쉼터가 줄어들고 있다. 29일 인천시 동구 금창동에서 한 노인이 어린이들을 위한 실감콘텐츠 체험관으로 바뀐 옛 경로당 건물을 지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인천지역 원도심에 노인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쉼터가 줄어들고 있다. 29일 인천시 동구 금창동에서 한 노인이 어린이들을 위한 실감콘텐츠 체험관으로 바뀐 옛 경로당 건물을 지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지역 원도심 경로당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노인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을 위한 쉼터는 줄어드는 실정이다.

29일 인천시 동구에 따르면 금곡동과 창영동 등 인천창영초등학교 인근 노인들이 이용하던 금창동 경로당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 경로당이 없어지면서 현재 이곳 노인들은 집 앞이나 동네 산책길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대신 기존 경로당 건물에는 리모델링을 거쳐 어린이들을 위한 실감콘텐츠 체험관이 새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2월 개관식을 가진 이 체험관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관련 콘텐츠가 마련된 곳으로, 자녀가 있는 가족이나 학생들이 주로 이용한다. 노인여가복지시설을 폐쇄하고 노인들을 내몬 자리에 아이들 놀이터를 신설한 꼴이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들은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면서 노인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푸념한다. 1년이 다 되도록 확실한 대체시설이 마련되지 않는 등 노인들의 쉼터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금곡동 주민인 A(83)할머니는 "경로당이 폐쇄되니까 몇 몇 노인들은 우리 집에 와서 화투를 치거나 함께 반찬을 나눠먹으며 시간을 보낸다"며 "다른 노인들도 집 앞에 앉아있거나 근처 코스모스 길을 조금 걷다 돌아오는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곧 금창동 공영주차장 인근에 새로운 경로당이 착공될 예정"이라며 "경로당 회원들에게는 경로당 폐쇄·이전에 대해 공지가 됐는데 아마 일반 어르신들이 잘 몰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도심인 중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4년 경로당 수는 77개였지만, 지난해 동인천경로당과 송월시장경로당 등 2곳이 문을 닫으며 75개로 줄었다. 올해는 영종동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경로당이 1개소 추가됐을 뿐 다른 곳은 변동이 없다.

경로당 폐쇄에 대해 구 관계자는 "인근 노인 인구가 줄어 이용이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동인천동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5년 1천320명에서 경로당이 폐쇄된 지난해에는 1천314명으로 6명이 줄었을 뿐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9월 말 현재 1천432명으로 오히려 118명이 늘어났다. 송월동의 노인 인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969명에서 지난해는 977명, 올해는 1천14명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 구의 경로당 폐쇄 이유를 무색케 했다.

인천재가노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어르신들 입장에서 경로당이 줄어 든다는 것은 여가 활용의 장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로당이 분명 순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지역 내 빈집 활용 등 경로당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운영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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