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취재차 충북 충주 일원을 다녀왔다. 예년과 달리 매일 2차례 이상 초교 1학년인 아들과 화상통화를 해야 했다. 10여 년간 전국체전 취재를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지만, 매일 이렇게 화상통화를 한 적은 없었다. ‘엄마가 시키는 것인가?’ 오해도 했지만, ‘아들이 아빠의 존재를 서서히 인식하고 있구나’ 생각됐다.

 유치원을 다닐 때만 해도 엄마에게만 의존하던 아들이 이제 아빠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서서히 판단하고 결론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번 화상통화를 할 때마다 "아빠! 지금 어디예요?", "아빠! 지금 뭐하세요?", "아빠! 엄마는 지금 빨래하고, 나는 공부하고 있어요" 등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전화기로 나누는 대화가 아닌, 집에서 평소 나누는 대화처럼 느껴져 아들의 존재감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아들은 대화 속에서 아빠가 빨리 돌아와 자신과 놀아주길 바라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것도 알 수 있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잘 놀아주지도 못하는 아빠에 대한 반항에서 표출되는 지적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평소 아들은 집안에서 놀기보다 밖에 나가서 활동적인 놀이를 즐기는 편이다. 아빠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 온 것이다. 매주 주말 시간을 내서 아들과 야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러 다니는 등 노력을 해보지만, 아들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것 같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이 있다. 매번 퇴근이 늦을 때마다 아들은 "아빠는 왜 매일 늦게 들어와요?"라는 물을 때 "아빠가 바빠서 그래"라고 변명을 해보지만 아들은 믿지 않는다.

 어린 아들에게 아빠의 자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요즘 아빠들은 그렇게 여유롭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아빠가 아들의 바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요즘 청소년들과 관련된 가정·학교·사회 등의 문제가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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