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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
"금자동아 은자동아,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은을 준들 너를 사랴."

 예전에 할머니들이 아기를 재울 때 부르던 자장가 가사의 일부다. 지역마다 가사 내용이 약간씩 다르기는 해도 아기를 귀히 여기는 마음은 똑같이 담겨 있다.

 주말에 백일 된 아기를 데리고 온 부부와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가을 여행을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숙소 예약이 쉽지 않아 수목원에 있는 황토집을 한 채 빌렸다. 방 2개인 숙소에 5명이 묵기로 했다. 저녁에 아기와 아기 엄마 아빠가 도착할 것이라고 연락이 왔다. 아기가 어려서 장거리 이동이 힘들 것 같다고 했었는데 청명한 가을 날씨가 나들이를 부추겼다고 한다.

 어른 5명이서 분주해졌다. 아늑해 보이는 방을 비워놓고 이부자리를 점검하고 장작불을 때는 아궁이를 살피고 벌레가 들어와 있는 않은지 방을 청소하고 아기를 기다렸다.

 세상에나, 갓 백일을 넘긴 아기가 사랑스러워 눈에서 꿀이 떨어졌다. 아기를 키워본 기억이 한참 오래전이기는 했지만 아기를 안아주고 어르는 품이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신생아 1명의 경제효과가 대략 계산해도 12억 원 이상은 된다고 한 전문가의 말이 기억난다. 평생 소비 활동과 생산 활동을 말한 것 같은데 실제 경제효과는 연구 발표한 금액의 몇 배 혹은 몇 십 배 이상일 것이라 생각한다. 아기를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이 사회 전반에 기여할 소비효과는 둘째로 미뤄놓더라도 아기가 태어남으로 해서 한 집안에 생겨나는 행복은 금전으로 계량이 불가한 금액이다. 아기가 성인이 돼 생산 활동으로 만들어내는 경제적 측면만도 12억 원은 족히 넘을 것 같다.

 아기를 재워야 해서 데리고 가는 아기 엄마 아빠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들이다. 아기를 보내고 5명이 누웠더니 방이 꽉 찼다. 잠이 올 것 같지도 않고 화장실 들락거리기도 민망해 참고 있었다. 누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아 큰소리로 웃다가 깜짝 놀라 합죽이가 됩시다 합이라며 음소거를 했다. 옆방에서 잠든 아기가 깰까 염려하는 마음이 5명의 어른들을 침묵하게 했다.

 옆에서 뒤척이는 기색에 잠자기는 글러버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애들 키운 이야기, 미래의 손주 이야기를 조곤조곤 하기 시작했다. 손주를 기다리는 이도 있고 자녀 혼사가 늦어져 걱정하는 이도 있고 애들이 공부 중이라 아직은 남의 일처럼 멀게 느껴지는 이도 있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운 이야기만으로 풍성한 대화거리가 됐다.

 아기를 출산하면 산모들은 친정엄마의 노고를 절절하게 깨달아 뒤늦은 효녀가 되고 아기를 키우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용서도 배운다. 그렇게 아기가 성장하는 세월을 안고 엄마 아빠는 신실한 어른이 되어간다.

 선잠을 자 몸이 피곤한데도 모두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아기가 밤새 잘 잤는지 궁금해 했다. 휴대전화 벨소리도 신경이 쓰여 카톡으로 아기가 잘 잤는지 방이 춥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간식으로 챙겨온 과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방 안에서 아기와 놀았다. 눈 맞추고 안아주고 어르고 토닥여 주고 온통 아기를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숙소를 나왔다. 청명한 가을빛에 단풍 아름다운 가을 자연보다 아기와 보낸 한나절이 더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17명이라고 한다. OECD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라는 통계청 발표도 있었다. 인구절벽으로 노쇠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금자동아 은자동아, 귀하디 귀한 아기를 정성으로 양육할 환경이 되어 아기 웃음소리가 집집마다 흘러나오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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