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다. 여섯 개의 점으로 이뤄진 한국식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의 문자로 ‘훈맹정음(訓盲正音)’으로도 불린다.
그럼에도 점자를 제대로 익히고 쓰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점자를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사회적인 배려도 부족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본보는 ‘제91회 점자의 날’을 앞두고 훈맹정음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활성화 방안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데다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도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30일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 따르면 지역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25% 정도다. 이 중 한국어뿐 아니라 외국어, 기호, 숫자 등 모든 점자를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는 경우는 불과 5%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질병이나 사고 때문에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중도 실명’이 많아서다. 일반인이 40~50대에 외국어를 빨리 배우기 힘든 것처럼 중도 시각장애인들도 점자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점자 읽기는 손끝의 감각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연령대나 평소 손 사용 여부에 따라 개인차가 심하다.
이같은 현실임에도 현재 인천에서 중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교육은 복지관 한 곳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점자 교육’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이뤄질 뿐 성인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점자를 배우려면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복지관까지 찾아와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정책도 단순 ‘보여주기식’이다. 국내의 한 대형 커피전문점이 지난 2014년 시범적으로 전국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메뉴판을 도입했지만 현재는 인천지역 44개 지점 중 단 8곳(18.2%)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메뉴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메뉴판이 3년여 만에 흐지부지됐다.
또 정부가 시각장애인들의 카드 혼동을 위해 마련한 점자 주민등록증 발급도 인천에서는 공무원들의 무관심과 홍보 부족으로 최근 5년간 2~3건 발급에 그치고 있다.
시각복지관 관계자는 "중도 시각장애인은 점자 습득이 어렵다 보니 음성 서비스나 저시력 장애인용 돋보기를 사용하는 등 점자를 배워야 할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멀리하면 점자가 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지속적인 점자 사용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훈맹정음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