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다. 여섯 개의 점으로 이뤄진 한국식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의 문자로 ‘훈맹정음(訓盲正音)’으로도 불린다.

그럼에도 점자를 제대로 익히고 쓰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점자를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사회적인 배려도 부족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본보는 ‘제91회 점자의 날’을 앞두고 훈맹정음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활성화 방안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30일 인천시 남구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이 점자를 읽고 쓰는 교육을 받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1926년 11월 4일 ‘또 하나의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세상에 공개됐다. 한국식 점자인 ‘훈맹정음’이다. 훈맹정음은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 출신의 송암 박두성 선생을 중심으로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가 7년여 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우리 고유의 점자 체계다. ‘시각장애인들의 한글’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학적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데다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도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30일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 따르면 지역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25% 정도다. 이 중 한국어뿐 아니라 외국어, 기호, 숫자 등 모든 점자를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는 경우는 불과 5%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질병이나 사고 때문에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중도 실명’이 많아서다. 일반인이 40~50대에 외국어를 빨리 배우기 힘든 것처럼 중도 시각장애인들도 점자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점자 읽기는 손끝의 감각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연령대나 평소 손 사용 여부에 따라 개인차가 심하다.

이같은 현실임에도 현재 인천에서 중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교육은 복지관 한 곳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점자 교육’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이뤄질 뿐 성인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점자를 배우려면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복지관까지 찾아와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정책도 단순 ‘보여주기식’이다. 국내의 한 대형 커피전문점이 지난 2014년 시범적으로 전국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메뉴판을 도입했지만 현재는 인천지역 44개 지점 중 단 8곳(18.2%)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메뉴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메뉴판이 3년여 만에 흐지부지됐다.

또 정부가 시각장애인들의 카드 혼동을 위해 마련한 점자 주민등록증 발급도 인천에서는 공무원들의 무관심과 홍보 부족으로 최근 5년간 2~3건 발급에 그치고 있다.

시각복지관 관계자는 "중도 시각장애인은 점자 습득이 어렵다 보니 음성 서비스나 저시력 장애인용 돋보기를 사용하는 등 점자를 배워야 할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멀리하면 점자가 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지속적인 점자 사용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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