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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연수구청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주민들이 수년 전부터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구를 관통하는 수인선의 청학역 신설이다. 주민 약 3만 명이 거주하는 청학동은 공동주택 10곳과 중·고교 3곳, 도서관 1곳, 유원지 1곳 등이 위치한 인구 밀집지역이다. 그러나 인근에 가까운 역이 없어 주민들은 다소 먼 수인선 연수역이나 송도역까지 가야 한다. 연수역과 송도역 간 거리는 약 2.6㎞로, 수인선 전체 평균 역간 거리(약 1.2㎞)의 두 배가 넘는다. 단순히 이 수치만 봐도, 연수역과 송도역 사이에 청학역이 새로 생겨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렇다 보니 청학역 신설은 지역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公約)이 됐다.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은 물론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인천을 찾아 청학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이처럼 대선 지역 공약에 포함되면서 청학역 신설은 급물살이 탈 것으로 전망됐다. 인천시는 대선 직후 청학역 건설이 ‘수인선 복선전철 건설사업 계획’에 반영되도록 하는 등 구체적 추진 방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건의했다. 그동안 청학역 신설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50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와 국토부·철도시설공단 설득이 걸림돌이었지만,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만큼 시가 ‘이때다’ 싶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5개월여가 지나도록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다. 우선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매우 소극적이다. 5년을 좌우할 국정과제 수립에 수인선 청학역 신설은 외면됐다. 해당 공약이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다. 인천뿐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지역 공약을 명목으로 다양한 사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일이 "다 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지난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지역 이슈가 됐던 청학역 신설 공약은 이미 공약(空約)이 돼버릴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헛공약은 청학동 주민들, 그리고 연수구민들을 우롱하는 것일 뿐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큰소리치며 약속해 놓고, 막상 선거가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시도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학동 주민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린다면, 더 이상 지켜지지 않을 공약에 매달리지 말고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재정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매번 "정부에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식의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역 주민의 염원이 담긴 청학역 신설 논의는 단순하게 ‘경제적 타당성’만을 놓고 따질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정책적 타당성’을 놓고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청학역 신설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고, 결국 인천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또 이에 앞서 지난해 당선된 지역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청학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반드시 이행돼야 할 공약이다.

최근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같은 당 구의원 등과 함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모여 청학역 신설 관련 추진상황 설명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시, 그리고 구가 예산을 분담하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 관계 공무원 등은 모두 배제시켰다고 한다. 주민들의 일꾼인 국회의원 관련 정보를 해당 자치단체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특정 정당 관계자들만 밀실에서 만나 이야기 한 셈이다. 진정 주민들을 위한다면 그들끼리만 모여 논의할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요즘 사회적 정의로 대변되는 용어가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의 동력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숨겨져 있던 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지역 국회의원이 함께 내세운 청학역 신설 공약을 청학동 주민들은 물론 34만 연수구민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으로 청학역 신설을 위해서라면 정치적 논리나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말고, 당당하게 나서 지역주민과 해당 지자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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