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의 인지혁명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처음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삶은 과학기술 발전과 맥을 같이한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변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시대다. ‘융합’이란 다름과 다름이 만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 됐다.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지난달 26일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그는 2014년부터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회장으로 인지과학의 발전과 산업화에 기여해 온 인물이다. 장 교수는 현재 인지로봇인공지능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소사이어티 초대 회장과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장 교수와 만나 ‘4차 산업혁명에 있어 AI의 역할과 활용’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장 교수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와 가상을 통합한 사물을 자동·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물리시스템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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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의 핵심은

▶인공지능은 컴퓨터공학·뇌과학과 연계된 분야로 우리나라는 아직 초보적인 개발 단계다. 기계에 인간의 뇌와 유사한 학습기능을 접목해 기계 스스로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본질이다.

핵심 기술은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 딥 러닝(deep learning)이다. 머신 러닝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이다. 딥 러닝은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이다. 원래 인간의 시각피질이 어떻게 세상의 패턴을 인식하는지를 모사해서 만든 인간을 닮은 알고리즘이다. 인간의 네트워크(신경망)에 가깝게 프로그래밍 한 뒤 정답을 줬을 때 학습하는 과정을 거친다. 딥 러닝의 핵심은 분류를 통한 예측이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해 인간이 사물을 구분하듯 컴퓨터가 데이터를 선별한다.

- 인공지능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설계·개발, 제조·유통·물류 등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생산 공장)를 예로 들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 내 설비와 기계에 사물인터넷(IoT)이 설치돼 공정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데이터에 기반 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가 본격화 되면 엄청난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에 따라 기계의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빅데이터가 모이면 그것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진화처럼 인간과 유사한 로봇의 형태도 등장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말하는 스피커 에코(Echo)도 개발됐다. 에코 기술은 로봇공학과 결합하고 있어 앞으로 대화가 가능한 에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의 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상세계 디지털에서 물리세계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초연결사회의 출발점이고, 4차 산업혁명이라 생각한다.

- 인공지능의 기능과 역할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우리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프로그래머가 안경 카메라 같은 시각장애용 인공지능을 개발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수준의 사고능력과 판단력을 갖추려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 해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재 인공지능의 목표다. 인공지능은 사물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센싱(센서로 물체·빛·압력·온도 등을 탐지·관측·계측하는 일)하고 활용하며 서비스를 연결해 가치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역할이다. 사물인터넷은 인프라의 성격에 가깝다. 인공지능이 데이터의 출처에 관계없이 빅데이터화하고 추론과 학습을 반복하며 예측과 의사결정을 해 준다. 인공지능은 스마트 팩토리, 헬스케어 같은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와 가전제품 등 일상생활 관련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로 구분된다.

-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 변화

▶인공지능 기술은 앞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 접목될 것이다. 로봇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농업, 보건, 금융, IT, 전자상거래 등 개인과 산업 전반에 변화를 줄 것이다. 30년 전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도 처음에는 큰 불편함이 없이 생활했다. 하지만 이제 컴퓨터는 생활의 일부가 됐고, 향후 인공지능도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될 것이다. 사회·인문학적인 측면에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의 감소와 핵가족화로 가족 간 소통이 줄어드는 추세에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며 소통이 활성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컴퓨터가 등장해 디바이스, 가정생활, 가전제품 등을 변화시킨 것처럼 인공지능도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산업의 변화는 물론 비즈니스 방식도 바뀌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예측된다.

- 국·내외 개발 현황과 제언

▶인공지능 분야의 투자 규모는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크다.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에 몰리는 이유다. 이러한 점들이 산업 발전에 속도를 내고 상승작용도 가져온다. 중국은 후발 주자지만 적극적인 투자로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투자도 적은 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등 지식산업에 대한 최적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 분야가 발전하는데 발목을 잡는 것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애매한 관계라고 본다.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점이 가장 큰 성장요인이란 점은 인정하지만 아직도 제도나 법·규제의 보완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기술은 글로벌 Top 국가인 미국 대비 2.4년의 기술 격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발표 특허도 미국이 3천여 건, 국내의 경우 300여 건으로 10분의 1 수준이다. 국가 간 인공지능의 기술력 경쟁이 이미 시작됐고, 로봇·자율주행차 상용화 단계가 멀지 않았다. 경기도의 경우 수원의 삼성전자, 이천 SK 하이닉스, 분당 서울대학병원 헬스케어혁신센터 등 다양한 인프라가 있다. 경기도와 서울대와 공동 설립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도 좋은 사례다.

개인적으로 중앙 집중 투자보다 전국적으로 관련 산업단지를 만들고 우수인재 양성과 취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이테크, 연구중심의 스타트업이나 연구소 등 산업단지가 더 증가해야 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자연친화적인 도시 외곽에 연구단지가 생겨도 인재는 모인다. 결국 미래형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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