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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허탈하게 하는 것들

원현린 주필(主筆)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11월 06일 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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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主筆)
의식주(衣食住)라 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이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옷과 음식,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평소 조용히 지내다가도 국정감사다 뭐다 해서 사회지도층들의 재산이 공개되곤 하면 일반 서민들은 그 너무 엄청난 재산 보유 실태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곤 한다. 공무원 윤리강령에 비추어 보든가 공직자 연봉 수준으로 보아 도저히 쌓을 수 없는 높은 가액의 재산들이다. 혹자는 "위화감만 조성한다, 차라리 공개하지 말라"고 까지 말한다. 특히 장관의 경우 청문회 등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에 의해 축재하고 탈세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법률상 별 문제 없다" 며 임명을 강행하곤 한다.

 국정감사가 끝났다. 국감 과정에서 지적되는 사항을 보고 있노라면 단 한 군데도 온전한 곳이 없는 우리 사회다. 각종 고질병들이 고황(膏황) 깊이 들어간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병을 고치려하기는커녕 단순히 한 번의 지적으로 끝내곤 한다. 때문에 ‘이것이 나라냐’ 라는 항간의 자조 섞인 푸념과 한탄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그저 분노만을 삼킬 뿐이다. 이로 인해 해마다 국감 시기가 되면 국민들은 또 한 번의 허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심지어 ‘국감무용론’ 까지도 나온다. 아무리 들추어내어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크나큰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국감장에 고성과 삿대질만 남긴 채 일정을 마감하고 또다시 무익하고 의미없는 당쟁(黨爭)에 돌입하고 있다. 올해도 전과 같이 이렇게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이 또한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일 공석 중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제외한 전 국무위원 19명의 재산을 공개했다. 공개된 이들 고위공직자들은 예상대로 상당한 재력가들로 밝혀졌다. 다수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이었다. 이 또한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도 이에 뒤질세라 절반 이상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라 한다. 최근의 한 보도에 의하면 국회의원의 주택 보유 실태는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 공직자(42%)보다 12.7%p가 높은 54.7%가 다주택 보유자들이라 한다. 여기서 부동산 법안을 심의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의원 중 60% 상당이 다주택자라는 점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허탈해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여전히 들어가 살 집이 없는 서민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정신으로 무장돼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하는 지도층 인사들의 비도덕적 행태들이 그 이유일게다.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모두가 잘사는 국가’를 국정의 목표로 내걸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오곤 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 2가지를 대라면 단연 청년실업과 노년층 빈곤문제를 꼽을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은 최근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재정을 유용하게 써서 청년들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의 사회안전망에 대비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며 "청년실업과 노년빈곤 문제를 방치하면 나중에 더 큰 재정 소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 한국의 재정정책에 대해 조언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결코 간과할 지적이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삶이 힘들다 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어려운 현실을 감내하고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이다. 고래로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로 내려오고 있는 경주 최부잣집의 여섯가지 가훈(家訓)이 있다. 그것은 주지하고 있는 ‘재산은 만석 이상 지니지 말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하라’ 등이 그것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인정을 받는 길은 어쩌면 간단하다. ‘법은 존귀한 신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라는 ‘법불가어존(法不可於尊)’이 아닌, 바로 지도층의 덕목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즉 ‘도덕적 의무(道德的義務)’의 실천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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