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복(心腹), 마음을 놓고 부리거나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오른팔’ 혹은 ‘최측근’이라고도 한다.

 절대적 신임자로서의 심복은 우두머리와 ‘주고 받는 관계’에 있어 빈틈 없이 아귀가 들어 맞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

 물론 이들 간 주고 받는 거래의 목적은 우두머리의 목적 추구에만 귀속된다. 목적 추구 과정에서 벌어지는 심복의 안위 따위는 고려할 대상도 못된다.

 공짜도 없고 부모·자식을 비롯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심복은 절대적 부와 권력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쟁취하기를 원하는 수많은 우두머리들의 필수품이 됐다.

 우두머리는 특화된 심복을 통해 물 밑 암투를 피 묻히지 않고 승리로 이끌고, 마침내 경쟁자를 제치고 영원한 1인자의 삶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거나 후계자에게 안정적으로 인도한다.

 동시에 1인자의 부와 권력을 탐할 방법이라고는 ‘자발적 심복에의 길’밖에 없는 비천한 심복으로서도 이 같은 삶의 방식은 한 번뿐인 인생에서 유일한 성공에의 첩경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한반도 4천 년 역사는 1인자의 부와 권력을 손아귀에 쥐어 보려는 심복의 꿈을 무참히 내치거나 상대편 주군에 붙어 역적모의를 일삼는 심복의 음모와 배신으로 점철됐다.

 여기에 필수품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 역사는 심복의 판단의 총합으로서 내려지는 우두머리의 최종 결정에 있어 차질이 빚어지면 모든 잘못의 원인을 심복에게 물어 심복의 목을 단칼에 친다.

 부와 권력을 쥔 우두머리로서는 심복의 교체만큼 쉬운 일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댈 언덕이 없는’ 심복 후보군은 주위에 널려 있고 전화 한 통에 통 큰 ‘빅 딜’이면 새로운 충신이 제조된다. 일순간의 실수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행동, 존재의 한계와 본분을 잊고 1인자에게 뱉어 낸 쓴소리는 심복을 하루 아침에 ‘토사구팽’의 처지로 만든다. 쫓겨난 심복에게는 평생 배신의 주홍글씨가 따라 다니고 한 세대 안에 빠른 성공을 이루고자 했던 심복의 꿈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내려 앉아 차바퀴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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