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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오 사회2부
‘민주당 출신 부시장에 방 내주고 지하로 내려가는 한국당 시장’, ‘정찬민, 천당에서 지옥으로∼’, ‘정찬민 시장 집무실이 지하 1층으로 내려간 사연’, ‘정찬민 용인시장 집무실 지하 1층으로 파격이전’ 등등.

 언론의 ‘정찬민 용인시장 띄우기’가 도를 넘었다. 중앙지, 지방지, 지역지, 인터넷매체를 총망라한다. 얼굴이 화끈거려 쥐구멍에라도 기어들고 싶다. 민망함을 넘어 배알이 뒤틀릴 지경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언론의 평가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평가를 하든 그 평가기준만큼은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적어도 그럴듯하게 보이기라도 해야 한다.

 한데 최근 시장 집무실 이전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너무나 일방적이다. 보도자료 받아쓰기의 병폐이기도 하다. 관에서 부여한 의미를 아무런 여과 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심지어 한 술 더 뜨기도 한다.

 단언컨대 시장 집무실 이전은 선택의 문제에 불과하다. 더욱 낮은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을 섬기겠다는 의미라느니 열린 시장실을 표방한 것이라느니 하며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시장 집무실을 고층으로 이전한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듯 지하층으로 옮긴다고 칭송할 일도 아니다. 고층으로 올라간다고 시민들과 멀어지는 것도 아니요, 지하로 내려간다고 시민들과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다. 업무 효율성과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적절한 장소를 선택하면 그뿐이다.

 전임 시장 시절에도 나름의 이유로 집무실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이정문 전 시장은 2005년 8월 1일 현재의 문화복지행정타운으로 이전하면서 행정타운 신축 당시 4층에 배치됐던 집무실에 입주하지 않고 8층으로 들어갔다.

 지하 2층·지상 16층인 행정타운 높이를 감안할 때 중간 층에 집무실이 위치하는 게 공직자들이 결재를 받는데 편리할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서정석 전 시장은 2006년 7월 1일 취임 이후 8층에 있던 집무실을 당초 설계대로 4층으로 이전했다. 5층에 위치한 국장실과 4층에 자리잡은 부시장실을 감안할 때 집무실을 4층으로 옮기는 것이 업무의 효율을 꾀할 수 있다고 여겼다.

 여기에 민원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누드엘리베이터가 4층까지 운행된다는 점을 감안, 민원인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도 작용했다.

 2010년 7월 1일 취임한 김학규 전 시장은 단체장 집무실을 축소하라는 안전행정부의 지침에 따라 기존 사무실을 축소하느니 비슷한 규모의 7층 집무실을 선택했다.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실제 그들의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당분간 유보하겠다.

 현 정 시장은 2014년 7월 1일 취임 이후 두 차례 집무실을 이전했다. 한번은 14층으로, 또 한번은 지하 1층으로 옮겨 6일부터 업무를 보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정 시장은 취임 이후 현재와 똑같은(?) 이유로 7층 집무실을 4층으로 옮기려다 없던 일로 했다. 당시에도 ‘민원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게 내세운 명분이었다.

 이후 2016년 2월 집무실을 7층에서 14층으로 옮길 때는 스스로도 머쓱했는지 별다른 명분을 내걸지 않았다가 이번에 다시 지하층으로 옮기면서 ‘소통 카드’를 꺼내 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민과 소통하기 위함이란다. 기술분야 업무를 총괄할 제2부시장의 편의를 위해서란다. 그렇다면 14층 집무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건지 궁금해서 미치겠다. 멋쩍어서 괜스레 부여한 의미 탓에 자가당착에 빠진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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