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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옥 인천대사회적경제연구센터
경제활동 규모가 커지고,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인식이나 소비 경향이 예전에 비할 바가 안 될 만큼 다양해졌다. 소비자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자연환경과 생명, 인간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시민사회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꾸준히 시장을 감시, 모니터하고, 양적으로 팽창하는 소비시장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생산자 역시 소비자 개인의 욕구 충족에서 공공의 요구가 반영된 시장의 소비행위를 중요하게 인식할 만큼 협력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경제적으로 경쟁하듯 소비 주도의 거대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비자 정책이 소통과 협력보다 실적 위주의 행정을 펼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거, 교육, 의료, 교통, 에너지 등 공적 분야의 소비에서 문화적 향유에 이르기까지 계층별, 계급별, 지역별 소비 성향은 상이할 뿐만 아니라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때문에 소비자, 행정기관, 소비자 단체, 생산자 등 각각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소비시장의 문제를 소비자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 세력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소비시장의 문제를 간과할 경우 소비자 행정은 단순 실적 쌓기나 수월한 사업 선택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인천시는 한국소비자원 부원장, 경기지원장 등 고위급 임원이 참석한 간담회 형식의 토론회에 소비자단체를 초청해 인천의 소비동향과 특성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인천시와 한국소비자원은 간담회 개최 배경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만 키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기억은 며칠 전 인천시가 한국소비자원과 공동으로 ‘지역 소비생활 모습과 소비자 정책 방향’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재현됐다.

 인천시의 이번 토론회는 사전에 어떤 설명도 없이 개최 의도를 의심케 하는 황당한 행사였다.

 첫째는 한국소비자원의 발제가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실한 내용이라는 점이었다. 인구 300만 도시에 계층별, 연령별, 지역별 구분도 없이 284명의 설문 분석 결과를 마치 인천의 소비생활을 대변하는 것으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토론회 개최 이틀 전 한국소비자원이 기습적으로 인천지원을 설립한다고 보도한 문제와 인천시의 태도다. 두 기관은 사전에 인천지원 설립에 대해 지역사회와 공식, 비공식의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보도했다. 토론회에서, 그것도 한 토론자의 발언을 통해 인천지원 설립이 공식 확인되는 등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행사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소비자원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설문 분석 결과와 핵심을 비켜가는 두 차례 토론회를 빙자해 인천지원 설립을 정당화하고, 인천시는 인천소비자단체를 배제한 채 충실한 지원자 역할을 자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 300만 도시에 인천지원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단체가 국회 및 정부부처의 동향을 제때 파악하지 못해 ‘뒷북을 친 꼴’이 되었지만 인천시와 한국소비자원이 지역 사회와 어떻게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 구체 계획도 없이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것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만일 추후 논의해도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정보를 독점해 인천소비자단체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인천시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행정이 소비자 단체를 비롯해 지역사회와 어떻게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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