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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동인천역은 인천의 교통과 문화, 모든 것의 중심지였다. 축현역(1899년)-상인천역(1926년)- 다시 축현역(1948년)- 동인천역(1955년)으로 이어지며, 광장의 역할로 각종 궐기대회나 대규모 집회의 상징적 장소였다. 그런 연유로 인천사람들에게는 한편의 사진과 같은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전철 개통 전까지는 동인천역에서 통학하는 대학생, 기다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모든 추억과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사람도 없고 활기도 못하다. 현재 동인천역을 기준으로 경인선 철로 남쪽은 인천 중구, 철로 북쪽은 인천 동구로 행정구역이 이원화돼 있다. 원도심 개발과 도시재생을 위해 이곳에 르네상스의 꿈을 계획하고 있단다. 일명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 동구에서 주민들의 동의만 완료되면, 2022년 말까지 준공한다는 동인천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이다. 도시재생 사업이란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에 따라 발생하는 도심 공동화를 극복하고 침체된 도시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물리·환경·산업·경제·사회·문화적으로 도시를 재활성화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업이며 대규모 철거나 정비방식이 아닌 소규모 생활밀착형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주민 주도로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쇠락한 동인천역 일대의 체계적인 재개발을 하자는 것이며, 예산은 2조 원 정도로 민간자본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계획대로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이뤄지면 좋은 데 그보다 몇 가지 걱정이 앞선다. 첫째 사업자가 사업 운영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다. 몇몇의 사업자는 인천의 뉴스테이 사업에 자금조달 문제로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인천의 랜드마크로 80층의 건물을 계획하고 있다. 인천의 랜드마크로 할 것인지, 동구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인지부터 명확히 하고 건설해야 한다. 중구의 인구는 약 11만 7천 명, 동구는 약 7만 명으로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8개 구 중 인구가 가장 적다. 여기에 중구는 생활권이 별개인 영종도 인구가 6만6천 명 정도를 포함해 11만7천 명이다. 그렇기에 이명박 정부 때 행정구역 통폐합 대상으로도 거론된 바 있다. 셋째, 2010년부터 역사 활성화를 위해 리모델링을 시작해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동인천역 민자역사는 경영악화로 2004년 이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고 권리 관계가 많이 설정돼 있어서 국가 귀속도 곧바로 할 수없는 상태이다.

 또한 1층은 올해 말로 점용기간도 만료가 되며,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이해와 계산이 복잡하게 깔려있다는 점이다. 한때 동인천 북광장에 지하 2층, 지상 4층 ‘누들센터’를 건립해 인천의 특색을 보여주는 앵커 시설로 활용하는 계획도 있었다. 베트남 쌀국수, 일본 라멘, 중국 면요리, 이탈리아 파스타 등 세계 각국의 면 요리를 한곳에 모아서 인천의 자장면과 역사를 소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진척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다. 동인천역 북광장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동인천 주변 재정비 사업의 일부였다. 동인천 역세권 사업은 ‘한다, 된다’라는 말만 되풀이 된 채 30년을 끌었다. 개발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민간업자들이 이곳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또 거론하고 있다. 인천 사람들에게 청춘의 시작과 추억, 모든 기억이 남아 있는 곳에 또 엉뚱한 계획을 들이밀고 있으니 답답하다.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건설구간 사업으로 동인천 북광장 인근 싱크홀 추정사고(2016.3.28)가 발생했고, 동구주민들은 동인천르네상스 반대(2017.4.13), 원도심 주민 원도심 활성화 정책 반대(2017.10.25)가 이어지고 있다. 역을 중심으로 지자체의 생각과 계획이 다르다면 인천시는 그것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을 때 도시가 매력적이며, 그 매력이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다. 도시재생에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원주민에 대한 배려, 외관상 개선 효과보다 사는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것이다. 도시는 어제를 추억하고 내일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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