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상캠퍼스(이하 상상캠) 일대는 ‘푸른 지대’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다. 주변에 꽃과 나무, 풀 등이 어우러져 있어 이같이 표현한다. 분명한 도심 속 자연친화적 공간이다. 상상캠은 이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비밀의 숲 탐험대’이다. 이곳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연스레 숲 체험을 하게 만든다.

▲ 경기상상캠퍼스의 ‘비밀의 숲 탐험대’에 참가한 아이들이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준비를 하고 있다.
# 상상캠 내 인디아나 존스-에코티어링

아이들은 처음 상상캠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하나씩 미션을 수행하면서 목적지를 찾는다.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나침반이 생소한 아이들은 다소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숲 해설가의 도움으로 금방 적응해 나간다. 총 10∼14개 정도의 코스를 찾아 목적지에 다다르면 그때마다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숲 해설가가 상주하지 않는 목적지에는 통상 스탬프를 비치해 도장을 찍는 것으로 대체하지만 4개 정도의 코스에 머무는 숲 해설가가 있는 지점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미션이 이뤄진다.

숲 해설가 정기림은 "한 팀당 4명 정도로 구성합니다. 유인(有人) 지점에 도착하게 되면 숲 해설가들이 미션을 주죠. 나뭇잎을 코팅해 만든 퍼즐을 맞추게 하기도 하고, 칡덩쿨을 고리처럼 만든 고리던지기를 하기도 하죠. 때론 나뭇잎이나 나뭇가지에 유성으로 편지를 쓰도록 합니다. 물론, 이 때 쓰이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는 바닥에 떨어진 걸 사용합니다. 학년에 따라 미션은 달라지고 계절별로도 다양해요"라고 전한다.

비밀의 숲 탐험대는 한 마디로 ‘에코티어링(echoteering)’이다. 자기 혼자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산 속의 여러 지점을 통과해 최종 목적지까지 정해진 시간 내에 찾아가는 것을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이라 한다. 이와 더불어 생태 혹은 자연이 결합해 에코티어링으로 표현한다.

# 생태와 함께 예술적 감성과 창의력 ‘쑥’

상상캠이 진행하는 에코티어링은 단순히 미션 수행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곳곳에 의미를 불어 넣고 있다.

정기림은 "예를 들어 에코티어링을 할 때 아이들은 1m 이상 떨어지지 말라고 주문한다"며 "단체 미션이기 때문에 개별 행동을 하지 않게끔 하는 의도"라고 말했다. 에코티어링 자체가 자연에서의 오감체험이기 때문에 박물관에서의 학습효과와는 또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준다.

▲ 아이들이 목적지에 도착해 스탬프(도장)를 찍고 있다.
"숲에서의 활동 자체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을 직접 만지는, 실제 경험이잖아요. 예술적 감성과 창의력 등 도움이 되는 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아이들이 흔히 앓는 아토피 치유에도 도움이 됩니다. 피톤치드에 자연광을 받으니 좋아질 수 밖에 없죠. 무엇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은 좀 꺼리는 반면, 숲 체험만큼은 안심하고 맡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 떠나서 아이들이 그저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기림의 말처럼 자연에서의 경험은 도심 속 아이들에게 생생(生生)함을 안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는 향수(鄕愁)를 안기기도 한다. 또한 장애인들에게는 치유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있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의 가족을 만났는데, 교감이 필요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까이 손을 대어 본다. 엄마가 나무,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귀를 대본다. 팔을 들어 안아본다. 깜빡이는 눈, 미소… 알았다. 알았다. 나무가 날 좋아한다는 걸…’하며 읊으니 부모가 눈물을 흘리더군요. 자연 속에서 아이와 공감을 했다고 확신했습니다."

#자연의 희로애락 나누는 숲 해설가

비밀의 숲 탐험대는 현재 한 달에 두 번 정기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체 신청이 들어오면 수시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맡고 있는 단체는 정기림이 속한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로 상상캠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언뜻 이름만 보면 환경단체 같지만 엄연히 다르다.

"이름 때문에 가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저희는 숲 해설가 양성기관입니다. 숲 해설가는 2011년부터 배출하기 시작해 현재 13기가 수료 중이죠. 현재 50여 명의 숲 해설가가 활동 중인데, 상상캠의 비밀의 숲 탐험대 말고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정기림이 말한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가 ‘유아숲 도토리 자연학교’다.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고귀함, 자연과의 친밀성, 생태의 소중함 등을 전해준다.

▲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아이들에게 도토리를 얼마나 가져가야 하냐고 물으면 처음에는 다 가져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숲 해설가가 도토리는 다람쥐나 청솔모도 먹으니 나눠야 한다고 이해시키죠. 그러면 아이들은 이내 수긍을 하고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고 태도가 바뀝니다."

이 외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숲 속에 둘러 앉아 그동안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화가 나는 일을 떠올리게 한 뒤 자연 속 돌멩이나 부러진 나뭇가지 등에 감정이입을 시키고 이를 던지거나 부러 뜨리는 방식으로 힐링을 유도한다.

"아이들 대상이든, 성인 대상이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중요한 건 진심입니다. 숲 해설가 스스로가 먼저 진심 어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경계를 풀지 않아요. 숲 해설가요? 음… 자연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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