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이 처음 발명했을 때 대중들은 부정적이었다. 말보다 빠른 교통수단이 인체에 유해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증기기관은 1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지금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융합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화했다. 당연히 2차 포디즘으로 알려진 대량생산, 정보·자동화의 3차 산업혁명을 거쳐 이뤄낸 과학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기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역할과 구조, 범위를 크게 변화 시키고 있다. 한국경제는 아직도 제조업 비중이 높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은 향후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이미 2011년부터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라는 미래 전략을 세워 실행에 나서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대량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이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경기대학교 장태우 교수를 만나 ‘스마트 팩토리 핵심기술 및 해외(독일 Industry 4.0), 경기도 사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현재 경기대 지능정보융합제조연구센터(IMRC) 센터장으로 활동하며 ‘지능형 제조 빅데이터 분석’을 연구 중이다. 장 교수는 대한산업공학회 이사, 한국전자거래학회 이사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용어는 우리말로 ‘제조업 혁신 3.0 전략’ 정도의 의미"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점에 와 있다. 따라서 맞춤형 전략과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 등 차세대 산업혁명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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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팩토리의 의미는

▶‘스마트 팩토리’는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공장이다. 인간의 몸과 비유하면 스마트의 개념은 두뇌 뿐 아니라 몸 전체를 의미한다. 사람, 기계, 컴퓨터 등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공장 시스템이다. 결국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기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11년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이 언급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13∼2014년 제조업 혁신 3.0의 방향성과 맞물려 대두된 개념이다.

-공장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 그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기존의 공장자동화는 대량생산과 정보자동화로 이뤄진 2∼3차 산업혁명 정도의 수준이었다. 스마트 팩토리는 자동화는 물론,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이라 불리는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CPS)을 통해 가상세계와 현실이 동일화된다. 모든 일이 계획과 결과물이 100% 일치할 수는 없지만 이 시스템을 통해 공장 가동에 있어 미세한 오차까지 찾아내고 예측이 가능해 질 것이다. 2~3차 혁명시대에는 컨베이어 벨트로 나오는 부품을 조립해 제품을 완성했다. 스마트 팩토리가 본격화되면 이 단계를 넘어 조립과정에서 모델체인지까지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기존의 생산계획과 통제시스템이 네트워킹 되며 기계 뿐 아니라 작업자, 부품과 부품, 다른 제품 모델, 설계변경 등 여러 가지가 융합된다. 실제로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하기 전 설계단계부터 데이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며 계획과 결과의 차이를 최소화 시킨다. 공업적인 측면에 가상물리생산시스템(Cyber Physical Production System·CPPS) 개념을 적용한 것이 스마트 팩토리다. 이 시스템 상에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제품이 스마트화 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수명주기에 맞는 관리가 가능해져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 팩토리 개발 단계와 해외 사례는

▶스마트 팩토리 사례는 현재 많은 기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지금도 삼성전자 반도체나 SK하이닉스에 가보면 현장엔 최소 인력만 있고 대부분 자동화 돼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의 스마트 팩토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적의 스케줄링, 생산방식 등이 접목돼야 한다. 정부는 스마트 팩토리 수준을 정하기 위해 인증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1∼5 수준까지 정의하고 5 수준을 미래의 스마트 팩토리, 4 수준을 좋은 스마트 팩토리로 본다. 미래의 스마트 팩토리인 5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급변하는 산업화의 속도에 맞춰 개선된 방향으로 자동화, 정보화 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는 국가차원에서 대표 공장을 지정하고 있다. 안산시 소재 동양피스톤이 그 예다. 안산과 함께 시흥에서도 모델 개발이 한창이다. 경기도는 지역협력연구센터(Gyeonggi-do Regional Research Center·GRRC)인 경기대 지능정보융합제조연구센터(Intelligence & Manufacturing Research Center·IMRC)를 파트너로 선정해 지능정보기술과 제조기술을 융합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반도체·자동차·자동화 기계의 핵심 부품을 만들어 내는 이천 소재 SK하이닉스, 울산의 현대자동차, 청주의 LS산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 대기업 공장이 대부분 레벨 3에 속한다. 외국도 마찬가지 수준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모범 답안으로 꼽히는 독일 암베르크 공장도 LS산전 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좋은 편이다. 독일은 기업들로 보자면 암베르크 공장 외에도 지멘스, 아디다스가 있다. 스마트 팩토리의 대표적인 사례인 아디다스의 경우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라 이름 짓고 해외에 나가 있는 공장을 자국으로 다시 불러드리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람 손 대신 로봇 팔이 운동화를 만드는 등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생산 체계를 구축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고, 창의적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로 인한 공장 변화는

▶경영자들은 공장이 돌아가는 걸 한 눈에 보고 싶어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앞서 언급한 가상물리생산시스템(CPPS)이다. 전 공정을 디지털화 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기계에서 무엇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기존의 커다란 상황실에서 확인했던 걸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보시스템 입장에서 보면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CRM)도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어떤 상품이 어떤 고객에게 많이 팔리는 지, 어떤 모델이 어떤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지 분석해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경영진은 공정이 기계·자동화 되면 인건비를 절약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뺏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 독일은 인더스트리 4.0과 함께 ‘아르바이트 4.0(Arbeit 4.0)’ 정책까지 마련했다. 인더스트리 4.0이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아르바이트 4.0은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면서 기계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다는 전제 아래 좋은 노동을 창출하는 게 목적이다. 국내에서도 스마트 팩토리 확대에 발 맞춰 4차 산업시대가 필요로 하는 유연한 노동력의 공급과 노동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기업 또는 정부에 대한 조언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기술은 가상물리생산시스템(CPPS)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회현상, 공장, 산업의 중심은 사람이기에, 먼저 작업자와 시스템 조율이 스마트해져야 가상과 현실세계가 일치 될 수 있다. 기업과 정부도 결국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사람이 핵심’임을 인지하고 다양한 연구 및 인재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민관이 주도하는 스마트 팩토리 추진단을 구성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경기도 입장에서는 보다 더 많은 중앙정부 R&D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집중적 R&D 사업도 중요하지만 도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업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관광, 보건, 농업, 반도체등 각자 다른 클러스터(Cluster)에 맞춰 이에 적합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끝으로 도내 각 대학교에 있는 연구센터를 하나로 모아 통합위원회를 만들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체계가 확실해지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투자에 나설 것이고, 기술개발로 이어져 빠른 시일 내에 레벨 4 단계(좋은 스마트 팩토리)까지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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