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그만 양식이 떨어졌다. 허기에 지쳐 길가에 쓰러져 죽을 판에 이를 즈음 한 마을이 나타났다. 그 마을에서 잠시 쉬기로 한 공자가 지쳐 깜박 잠이 들었다. 그때 제자 ‘안희’가 공자 몰래 나가 쌀을 구해 밥을 지었다.

 공자가 잠에서 깰 무렵 밥 짓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밖을 내다보니 안희가 솥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집어먹고 있었다. 평소 자신이 먹지 않은 음식에 손도 대지 않던 안희였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충격이었다.

 안희가 밥상을 공자 앞에 내려놓는다. 공자가 안희를 향해 말한다.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다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더구나." 자신을 가르치려는 공자의 말뜻을 알아 챈 안희가 답한다. "제가 솥뚜껑을 여는 순간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

 공자는 잠깐이나마 안희를 의심한 것을 후회하며 다른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게 못되는구나. 너희들은 알아두어라.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산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만큼만 생각하고 판단해 결론을 내려버린다. 이면을 들어다 볼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사람이 당하는 시련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대로만 믿고 생각해 내뱉는 말에서 비롯된다. 신은 어째서 인간에게 두 개의 귀를 갖게 하시고 입은 하나만 만들어 주셨을까? 말은 한 번 하고 두 배로 들으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유대인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이 기르던 암탉을 잡아먹을 때에는 이유가 있다. 그가 큰 병에 걸렸거나 아니면 암탉이 고치기 힘든 병에 걸렸거나 둘 중의 하나다." 확실치 않은 말은 삼가라. 괜한 말로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말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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