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맞물린 ‘히딩크 논란’, 내부 비리까지 위기에 직면한 대한축구협회가 꺼내 든 카드는 홍명보와 박지성이었다. 축구협회는 8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신임 전무이사에, 박지성을 유스전략본부장에 임명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지난달 19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와 함께 인적 쇄신을 약속하고, 곧이어 김호곤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사퇴한 후 나온 조치다. 거센 비난 여론에 인적 쇄신을 공언하긴 했지만 축구협회의 방안은 많지 않았다.

고심 끝에 축구협회가 기댄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었다. 홍명보와 박지성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지휘 아래 사상 첫 4강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에 걸맞게 30∼40대 젊은 인물이면서, 대다수 축구팬이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2002년 월드컵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은 국내 축구팬들의 가장 폭 넓은 지지를 받는 선수라는 점에서 이미지 쇄신에 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행정가를 꿈꾸는 박지성으로서도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유스전략본부장 자리가 의미 있는 자리다. 홍명보의 경우 2014년 7월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부진한 성적 이후 온갖 비난 속에 사퇴했다. 이후 3년여 만에 협회 행정 총괄과 대표팀 지원을 맡는 임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스타’를 앞세워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협회로 쏟아지는 비판을 2002년 향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탓이라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둘의 행정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일각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홍명보 전 감독은 "한국축구가 팬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아버지인 박성종 씨는 "지성이가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달 말쯤 귀국하면 정확한 업무에 관해 축구협회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유소년 축구에만 집중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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