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돈’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뜻한다. 과거 강원도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를 뗏목으로 묶어 하천을 이용, 한양으로 운반해 도성의 궁궐 건축 등에 사용했는데, 인제 한계리, 영월 두산리 등이 유명한 소나무 생산지였다. 수량이 적은 상류에서는 폭과 길이가 작은 소형 뗏목을 만들고, 수량이 풍부한 하류에 이르면 대형 뗏목으로 다시 묶어 운반했는데, 서울까지 가는데 7∼15일 걸렸다고 한다.

 떼돈에서 ‘떼’는 나무토막을 엮어 물에 띄워 타고 다니는 것을 말하는데 떼돈은 떼를 몰고 다니는 떼꾼에서 유래됐다. ‘떼꾼’은 조선시대 떼를 운영하던 뱃사공을 이르는 말로, 그들은 주로 남한강 물길을 따라 목재(木材)나 물자(物資)를 운반했는데 물살이 거세고 소용돌이 구간이 많아 여간 위험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먼 곳에 있는 나무를 운반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므로 다른 방도가 없다 보니 위험수당이 붙어 꽤 많은 운송료(運送料)를 받았다.

 그러다가 흥선대원군이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경복궁 중건에 나서면서 많은 소나무 자재를 운반해야 했고 이 많은 나무들을 나를 수 있는 떼군들이 한강으로 몰려들어 덩달아 ‘떼꾼’의 몸값도 치솟았다. 인제에서 서울까지 운반하는데 임금은 35~40원 정도 받았다고 하는데 당시 쌀 한 말이 1.5원이었으니 대단히 많은 급여였다.

 이는 당시 지방 관리의 한 달 녹봉보다 많은 금액을 받았으나, 먼 거리를 다니다 보니 밥값도 유지비도 많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급류에 휘말려 부서지면 수리비도 만만치 않았으며, 다치거나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목재와 땔감이 활발하게 오가면서 급류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밑천 잡기 위해 각지에서 ‘떼꾼’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떼를 몰아 돈을 많이 벌면서 ‘떼돈을 벌다’, ‘떼부자’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목숨을 걸고 떼를 운반한 대가(代價)이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갑자기 한꺼번에 생긴 많은 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에 ‘돈벼락 맞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억세게 운이 좋아 돈이나 재물을 얻게 되는 경우를 뜻한다. 그러나 ‘떼부자’는 ‘돈벼락 맞다’와는 다르게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목숨을 담보로 열심히 일한 결과를 얻는 것이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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