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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구 한국소방안전협회 인천시지부장
지난 6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화재사고가 있었다. 건물 형체조차 알아 보지 못할 정도의 큰 화재는 영국 런던의 그렌펠 타워(Grenfell Tower)화재다. 마치 성냥개비를 쌓은 탑에 불을 붙인 것처럼 화세는 거침이 없었고 아파트의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였으며,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갔다.

 불은 4층 입주민의 냉장고에서 발화돼 건물 외장재에 옮겨 붙어 15분 만에 동시다발로 각 층에 옮겨 붙으며 건물 전체를 삼키게 됐다. 일단,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지 못했고, 화재경보기 미작동,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여러 이유가 복합된 인재라고 볼 수 있다.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원인으로 가연성 외장재가 지목되고 있다. 리모델링 당시 원래 내화성 외장재를 사용하려 했던 계획과는 달리, 예산 절감을 위해 가연성 외장재로 바뀌었다. 건물 외관과 단열기능 향상에만 집중한 결과 아연보다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으며, 결국 29만3천368파운드(약 4억2천만 원)의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알루미뉼 패널은 내부에 가연성 폴리틸렌(플라스틱) 코어를 쓴 제품으로 가연제 외장재가 연소하면서 생긴 연기 및 유독가스가 굴뚝과 같은 긴 통로를 따라 올라가는 ‘굴뚝효과’도 불길이 빠르게 번진 원인으로 꼽혔다. 결국 안전보다 비용절감에 치중해 값싼 외장재를 써 화를 키우게 됐으며, 건축물에 사용되는 외부 마감재의 중요성을 알게 된 사건이다.

 다음으로, 정부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인한 참사로 보여진다. 이번 사고에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로, 그렌펠 타워 아파트 입주자로부터 평소 화재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고, 2012년에는 안전과 화재 발생에 취약한 아파트라며 입주민들이 당국에 진정을 넣기까지 했는데도, 정부 당국은 건물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된 인재였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화재 당시에도 정부 당국은 화재 원인의 단서를 전혀 찾지 못했으며, 당시 아파트 안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 파악이 안 된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토치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토치타워 중간부터 시작해 40여 층까지 불길이 올라왔고, 4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다행히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불이 번지지 않도록 방화구획이 잘돼 있었으며, 건물 밖은 불타더라도 안에서는 불이 확산되지 않았다.

 실제로 스프링클러 설치 유무에 따라 화재 피해는 6배가량 차이가 있었으며, 방화벽도 불의 확산을 막아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에 4시간이나 불탔으면서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다. 같은 시기의 비슷한 사고임에도 결과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국내 건축관계 법령을 살펴보면, 6층 이상의 건축물 외벽에는 불연 또는 준불연재료로 마감재료를 써야 하며, 준불연 단열재 이상의 성능이 있는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준·초고층 건물의 기준을 바꾸고 방화(耐火)·피난 관련 사항 등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초고층재난관리법이 제정돼 50층(높이 200m) 이상 건축물도 화재 규제를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다. 전국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3천226곳을 관계부처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건축·소방관계 법령을 강화하고, 정부의 안전점검 등 철저한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서의 가슴 아픈 대형사고를 교훈 삼아 우리의 안전의식을 반드시 되돌아 보고, 우리의 안전을 위해 대응계획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고 제안해 본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그리고 생활하고 있는 곳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토대로, 화재 시 초기대응 방법을 수립, 체득해야 할 것이며 기회가 된다면 소방교육·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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