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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인천대 산학협력중점교수
작금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5G세대의 핵심 키워드가 되는 것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변화이며 누구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도 넓은 범위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인터넷으로 연결됐던 4G사회를 기반으로 해 만들어진 다양한 단말기를 초고속, 초연결사회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새 사회에서는 지금까지의 사회와는 현격하게 다른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꿈으로 꾸었던 세상이 현실에 존재하게 되는 사회라고도 한다.

 이런 사회에 우리가 적응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3차 산업혁명 초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살아가고 있다. 잠깐 헤매다가 남들을 쫓아가기도 하면서 엉성하게나마 적응하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개체 사용을 당연시 할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일은 아직 준비가 안 된 사람들에게 벅찬 일이나 이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처음 사용이 힘들더라도 점차 기구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게 된다.

 이 시대에는 기본적이고 단편적인 지식만 갖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지식을 지혜로 바꾸고 그 지혜를 응용하는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 과거에는 선험자로부터 지식을 전수받는 것이 순리였다면 지금은 젊은이로부터 무엇이든지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를 부정하면 첨단 기능의 스마트폰을 주고받는 단순 기능의 휴대전화로 전락시키게 된다. 전통적인 자격증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통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몇 가지를 응용해야 하는 능력을 가져야 살아남는 사회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직무와 관련 없는 차별적인 요소를 가리고 직무능력만을 보고 채용한다는 것이다. 이미 공기업의 대부분이 도입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2002년부터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일목요연하게 산업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NCS(국가직무능력 표준)는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 NCS 기반자격이라고 불리는 바도 직무능력 중심의 사회를 향해 준비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미 대기업에서는 직무중심의 채용시스템으로 바꾸었고 실제 채용공고에는 상세하게 설계된 직무를 보여주고 있다. 학업과정에서 이 직무와 얼마나 연계된 학습을 했고 관련이 있는 현장체험이나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일지라도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더불어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뿐만 아니라 인사노무관리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학벌중심, 연고중심, 혈연중심의 사회에 일대 변혁을 가지고 오는 개념이다. 소위 대학생들이 스펙 중심의 자기연마를 능력 중심의 땀방울로 바꾼다는 것이다.

 캠퍼스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 있다. 토익에 매달리고 있거나 좋은 성적에 기를 쓰는 학생도 있지만 다양한 알바를 경험하거나 자신의 직무능력 확대를 위해 밤낮을 구분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현장학습의 중요성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100여 년이나 넘게 해오고 있는 제도 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늦게나마 우리도 이 시스템을 도입해 ‘일학습병행제’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일과 학습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을 NCS를 기준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일학습병행제는 직무능력 중심 사회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넘어야 하는 산이다. 학업을 통해 얻을 수 없는 직무수행 능력을 1년 동안 캠퍼스와 기업 현장에서 배우고 실습하는 과정을 통해 공인하는 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제도이다. 시작 단계이지만 NCS를 기반으로 이미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틀이 형성되고 있다. 전국의 32개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도 독립적으로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런 과정을 만들어 학교와 연계하고 있는 독일 등과 같이 우리도 가고 있다. 참여 기업이 아직은 일부에 국한돼 있고 초기 운영상의 문제가 노출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사회의 흐름을 읽어내는 기업인이라면 이 제도에 참여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면서 4차 산업혁명의 길로 함께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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