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인 일가족 살해사건의 피의자가 30대 아들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이 피의자로 확인한 아들 김모(35)씨는 지난달 21일 용인의 아파트에서 어머니, 이복동생, 계부를 차례로 살해한 뒤 어머니 계좌에서 1억2천여만 원을 빼내 같은 달 23일 뉴질랜드로 아내 정모(32)씨, 두 딸(7개월·2세)과 함께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행히 지난달 29일 김 씨는 뉴질랜드 교민들의 신속한 신고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속됐으며 이후 그의 아내 정 씨는 이달 1일 자녀들을 데리고 자진 귀국해 존속살인 및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현재 한국 경찰은 김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한 국내 송환 절차를 뉴질랜드 사법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가 왜 범죄를 저질렀는 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범죄가 발생하지만 패륜범죄는 ‘존속관계’에 속해 다른 범죄보다 악질에 속하는 성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선시대에도 패륜범죄를 저지른 죄인은 극형에 속하는 ‘능지처참’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당시 밀양에서 살던 박군효가 아버지를 살해했으나 가족과 이웃사람들이 이를 놓고 관가에 고발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조정에서 이를 알고 박군효를 능지처참하고 밀양을 부에서 3단계나 아래인 현으로 격하했으며 마을 사람들과 풍속교화를 담당한 관리를 처벌했다고 한다.

 요즘 범죄를 소재로 다룬 한국에서도 갈수록 폭력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패륜범죄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에서 패륜범죄는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성경의 잠언에 보면 ‘마른 빵 한 조각을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진수성찬을 가득히 차린 집에서 다투며 사는 것보다 낫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날이 발전한 기술의 혜택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간편하게 연락할 수 있고 평생 혼자서도 살기 편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지만 점차 쇠퇴돼 가고 있는 ‘가족’이란 단어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이를 회복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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