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박승원(광명3) 대표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이 "경기연정에 또 한 번 심각한 위기가 오고 있다"며 남경필 도지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도의회 민주당은 "남 지사가 자신의 역점사업인 ‘일하는 청년시리즈’만 예산을 과다하게 반영하고, 민주당의 정책사업은 상대적으로 미진하게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광역버스 준공영제’와 관련해선 "4자 협의체(도-도의회-시·군-시·군의회)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도의회와 사전 협의도 없는 상황에서 신중치 못하게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과연 그런가. ‘광역버스 준공영제’ 논란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현 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간 전초전이라는 것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남 지사는 일부 지역에서라도 우선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시작하고자 밀어 붙이고 있다. 지방선거 이전에 모종의 효과를 봐야 하는 절실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이 시장은 여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에게 버스준공영제 추진에 반대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 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영을 단속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논란 속에 도민의 ‘삶의 질 개선과 안전’에 대한 고민은 안 보인다. 연정 정신은 어디로 갔는지 양쪽 모두에 묻고 싶다. 연정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애초부터 갖고나 있었는지도 궁금해진다. 작금의 도정 실태를 보면 예산 연정이란 것도 결국은 ‘도지사가 예산 사용권 일부를 도의회와 민주당에 던져주고, 대신 자신의 공약을 잡음없이 수행해 나가기 위한 정치적 주고받기가 아니었나’하는 의심만 든다. 혹여 그렇다면 예산 연정은 도정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만 후퇴시킨 악성 바이러스요, 향후 특정 정당이 도 집행부와 의회를 독식하면 바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본란을 통해 이미 지적했듯 어쩌면 연정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출발했는지 모른다. 본디 연정은 다당제하에서 정책적 목표를 같이 하는 정당끼리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행위다. 그런데 경기연정은 정책방향에 대한 치밀한 상호 검증보다 나누는 데만 골몰하는 등 첫 단계부터 신발끈을 잘못 맸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그 민낯이 더욱 흉하게 드러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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