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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 (사)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인구 50만이 밀집돼 있는 대도시 부평지역 도시 한가운데 미군부대가 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이 인천 지역을 점령하면서 당시 부평에 있던 일본군 병참기지를 차지해 주둔한 것이다. 지금 현재 점유 면적은 47만9천622㎡의 거대한 땅이다. 한때는 이곳을 중심으로 부평지역에 수많은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에스컴’(ASCOM, Army Support Command) 시티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이 땅에 아픈 역사가 또 있다. 1910년 한일 합병으로 조선을 식민지화한 일본은 대륙 침략을 위한 병참 기지로 부평에 병기 제조처인 조병창이 들어선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렇게 볼 때 이 땅은 100년이란 오랜 세월을 외국군대가 주둔한 치외법권 지역으로 주민들은 내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내륙의 섬이었던 곳이다.

 이 같은 뼈아픈 역사를 지닌 이 땅이 이제 우리에게 반환되는 시점에 와 있다. 당초 반환 계획은 2008년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뤄오면서 아직까지도 명확한 반환 시기는 확인할 수 없다. 항간에 떠도는 것은 내년 말까지는 반환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것도 내년 가봐야 알 것이라는 것. 또 다른 문제는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27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한 공동 환경 평가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 이곳에 토양과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유류, 중금속 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5년 7월 ~ 2016년 3월과 2016년 6월 ~ 9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그 결과 33개 조사지역에서 모두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현재 국내엔 다이옥신 토양 기준이 없지만 일본과 독일의 정화 기준(1천pg)의 10배가 넘는 수치가 나왔다. 중금속인 납은 국내 공장 기준치의 최대 73배, 구리는 15배가 넘게 검출됐다. 지하수에선 유류 오염물질인 석유계층단화수소가 기준치 농도보다 30배가 넘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수십만 명이 살고 있는 부평지역 주민들에게 다이옥신 등 맹독성 물질에 노출돼 있던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SOFA’의 불평등한 조약을 개정하는 것이다. SOFA 제4조 1항에서는 "미합중국 정부는 본 협정의 종료 시나 그 이전에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이들 시설과 구역이 합중국 군대에 제공되었던 당시의 형태로 동시설과 구역을 원상 회복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지금 부평미군기지 반환을 앞두고 인천지역 시민과 환경단체들은 주한미군 측의 공식 사과와 자체 오염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와 정당 관계자들도 부평미군기지 위해성 평가보고서 일체 공개와 오염 원인자인 주한미군에 오염 정화,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알 권리와 환경권을 보장하고 오염정화 후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으로 많은 이익과 장점을 갖고 있는 동시에 많은 문제점과 단점도 갖고 있다. 북한과 적대적 관계에 있어서 주한미군이 우리에게 안보나 안전을 보장해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방 예산을 줄여줘 보다 많은 경제 활동을 하게하며 외국기업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게 하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한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환경문제인데 정부는 안보와 안전이 먼저라 환경문제는 뒷전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미군부대 지역 주민들은 소음, 난청, 폐병, 정신적 고통, 지하수, 토양 하천오염 등 헤아릴 수 없는 피해가 심각하다. 이들 보상은 과연 미군이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해야 할 것인지 답이 안 나온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 중 독일이 174개 지역, 일본이 113개 지역, 한국이 83개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독일과 일본과도 지금 우리와 맺은 일방적인 불평등한 조약으로 SOFA가 맺어졌는지 알고 싶다. 여기가 미국이라면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토양을 오염시키는 몹쓸 짓을 했을까. 정의 위에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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