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이동수단으로 자율주행차가 각광을 받고 있다. 자동차 관련 기업 뿐 아니라 IT·운송·컴퓨터 부품제조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이 분야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 경기도는 판교제로시티에 2019년까지 자율주행차 실증단지를 구축한다. 이곳에서 실험과 연구데이터를 공유할 예정이다. 올해 12월 중순에는 판교에서 국내 최초로 무인셔틀 자율주행버스를 시범운행한다. 판교제로시티가 국내 자율주행차 시범단지로 떠오르는 이유다. 서울대 이경수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이곳의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본보는 그를 만나 자율주행차의 등장이 가져올 다양한 사회 변화를 들어봤다. 이 교수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미래자동차기술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자동차 관련 제어시스템을 연구해 왔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차 고속도로 시험 주행도 성공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전 세계의 대도시는 교통사고와 주차난으로 골치를 앓고 있어 자율주행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자율주행차는 환경과 에너지, 안전과 교통, IT를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 대표산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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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의 등장에 따른 패러다임과 생활 변화는

▶기존의 차량은 개인의 소유물이었다. 운전자에 의해 작동되는 하나의 기계시스템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을 통해 모든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판단할 수 있다.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위험한 상황이나 사고를 자체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100%에 가깝게 방지하는 시스템을 추구하며 발전할 것이다.

자율주행시스템을 통해 이동 중에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주차공간 검색까지 가능해진다. 결국 사람이 ‘운전’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교통약자의 개념도 없어진다. 운전자의 ‘조작’ 개념도 사라졌기 때문에 운전면허증도 필요 없을 것이다. 교통상황과 교통량 등을 파악해 다른 차량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인프라도 구축한다. 이는 결국 교통체계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 개인의 수요 판단에 따라 자신의 차를 소유하는 ‘마이카’의 개념이 없어진다. 많은 차량 이용자가 출퇴근용으로 차를 사용하고 하루 종일 세워 두지만 이는 자원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앞으로 2030∼2050년대에 인구의 70%가 도시에서 살게 되면 현재의 교통체계로는 도로와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곳에서 차를 빌리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시스템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자율주행차를 내 차처럼 사용하며 공간 부족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는 차를 소유하기 위해 큰 비용을 감수하기 보다 필요할 때 차를 빌려 쓰고, 쓴 만큼만 지불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에서 쉬지 않고 사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단계 어디까지 왔나

▶현재는 개인이 타는 자율주행차와 카 셰어링 및 무인셔틀 교통시스템 등 공유경제 방향의 두 가지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완전히 운전자가 제어하는 ‘레벨 0’ 단계부터 출발지와 도착지만 입력하면 자율주행차가 알아서 운행하는 ‘레벨 5’ 단계까지 총 여섯 단계로 구분한다. 요즘 대부분의 고급승용차는 차선 유지, 앞 차와의 간격 유지 등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2’ 단계까지 와 있다. 테슬라(Tesla)는 2015년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개발했다.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Waymo)는 크라이슬러(Chrysler)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미니밴 600대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자율주행차로 서울 신갈∼호법나들목 고속도로 40㎞ 구간에서 무인 주행에 성공했다. 2025년이면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에 대형 자율주행 교통수단이 보급될 전망이다. 앞서 말한 카 셰어링은 자율주행차 전용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자동차를 빌려주는 공유경제 시스템이다. 더 이상 자동차를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공유의 개념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자동차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 테크놀로지스(Uber Technologies)는 이와 같은 미래를 예견하고 점차 공유서비스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대중교통수단에 적용된 무인셔틀 교통시스템의 경우 싱가폴·두바이·프랑스·보스턴 일부 지역 등에서 시범 운영 중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환경의 주요 변화는

▶앞으로 자동차 기업이 단순히 자동차만 만들어 서비스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생산·부품·수리 등 제각각으로 구성돼 있었다. 4차 산업은 각 요소 기술들의 융합을 전제로 하며 자동차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시스템은 인공지능과 커넥티드(Connected·각종 단말이나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 받거나 호환되는 상태)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됐기 때문에 산업에서도 이를 연합하는 게 효율적이다. 커넥티드를 통해 차량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엔진·브레이크 등 무엇에 문제가 생겼는지 모두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생기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은 교통시스템과 관련된 최적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 등 다른 산업과도 활발히 연결될 것이다. 자동차 기능에 따른 모든 요소들을 새롭게 융합해 줄 플랫폼 회사도 등장할 거라 본다. 플랫폼 회사가 자율주행차량 내 각각의 기능들을 관련 서비스와 매끄럽게 연결해 주면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병원까지 이동시켜 주는 서비스 등 새로운 분야가 꾸준히 연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는 고객들에게 기존에 없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하고 이는 결국 한 차원 높은 자동차·교통체계의 변화를 가져올 올 것이다.

-직업·노동시장의 변화는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기존 자동차처럼 특정 부분을 진단해서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는 단계가 끝난다.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자율주행시스템에선 각 부품의 조합이 아닌 각 시스템의 융합으로 이뤄진 ‘모듈(Module·전체 시스템 및 체계 중 독립적인 하나의 구성 요소)’의 정상화로 메커니즘이 바뀐다. 모듈은 전문가가 유지 관리하기 위한 높은 기술수준 보다는 이상이 생기면 사용자가 직접 정상화 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정확한 매뉴얼 체계를 만들어 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기존의 운수업계 종사자들의 경우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새 시대에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는 법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경우 다양한 시스템이 융합된 것처럼 다양한 직업군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급기능,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관리자 등이 생기는 것이다. 이 시대에는 자율주행차의 기능 외에도 운영을 관제하는 관제센터, 사용 패턴에 따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를 파악하는 빅데이터 기술, 소프트웨어 운영기술 등의 체계가 잡힐 것이다.

-기업 및 정부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기존의 기업들은 여태까지 쭉 해왔던 기본적인 기술을 갖고 있고 투자 여력, 사업환경 이해도가 있어 변화의 시점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회사라면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 어떻게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고 어떤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선점해야 한다. 최근에 T50 공군 훈련비행기도 KAI(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에서 수년 동안 준비해 핵심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업들보다 빠르게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요소기술과 인재를 확보해 아이템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스템의 흐름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스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경영자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존의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생기면 블랙박스와 같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하나의 기업이 모든 기술을 보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업체에서 어떤 기술을 융합해야 할지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추진단장으로 활동 중인데, 현재 경기도 상황은

▶경기도는 지난 2015년부터 판교제로시티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도시형 테스트 베드(Test Bed) 실증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올해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에 ‘경기도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 도입 계획’이 반영됨에 따라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실증타운은 총 길이 5.6㎞로 4㎞ 길이의 자율주행 노선과 1.6㎞ 길이의 수동운전 구간으로 조성된다. 이곳에서 교통상황 파악과 사고방지를 위한 ‘중앙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주행 도중 다른 차량과 통신하며 교통정보를 교환해 공유하는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을 통해 운행상황을 모니터링 한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해 세계적 자동차 회사인 BMW사와도 판교제로시티 내 연구시설 조성에 합의 한 바 있다. 중국 5대 자동차 제조회사 체리자동차(Chrey Automobile)의 부문 자회사인 에이텍(Atech Automobile)과도 판교제로시티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는 판교제로시티의 핵심 프로젝트로서 12월 중순 판교역부터 판교제로시티 입구까지 편도 2.5㎞ 구간에서 국내 최초로 12인승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시범운행할 계획이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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