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내 생각과 그렇게 똑같아?", "나도 그랬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상대방의 경험이나 말에 격하게 공감할 때 흔히 쓰는 말들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Me too" 정도일 게다.

미국발 ‘미투(#MeToo) 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투운동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가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시작됐다.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 ‘나도 성폭행·성희롱의 피해자’라는 의미로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는 캠페인이다.

지난달 초 배우 알리사 밀라노, 귀네스 펠트로, 앤젤리나 졸리 등 세계적 스타들이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고백하면서 불이 붙었다. 부하직원으로 일했던 미미 할레이도 폭로에 가세했다. 덕분에 힘과 직위를 이용해 30여 년간 여배우를 성추행·성폭행한 하비 웨인스타인의 가증스러운 가면이 서서히 벗겨지고 있다.

이후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성추행·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하나 둘씩 ‘저도요’라며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의회 등 정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성희롱 및 성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서명운동을 벌여 130여 명이 실태를 고발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We said enough."(우리는 충분히 말했다) 운동이 전개됐다. 같은 달 22일에는 할리우드 감독인 제임스 토백이 10여 년간 여배우 200여 명을 성추행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커졌다. 그 중 38명은 이미 그를 고소한 상태다. 성추문 논란은 이제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를 폭행한 혐의로 피소되며 영화계 성추문 논란이 일어났다. 또 여배우 A씨가 배우 조덕제에게 영화 촬영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영화계 성폭력 논란은 진행형이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성추행·성폭행 문제는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자 역시 이런 저런 출입처에서 유사한 사례를 간간이 접한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드러나 ‘나쁜 손’이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왕지사 미투운동이 발원했다면 초대형 태풍으로 진화해 도처에 있는 ‘나쁜 손’을 쓸어버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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